생애 첫 스승의 날. 바다 건너 본섬에서 구해온 귀한 꽃을 가슴에 달았다. 1년 중 가슴이  감동에 가장 뻐근한 날이다. 이때 필자는 1학년들을 담임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스승에게 처음 쓰는 편지이고 나 또한 아이들에게 처음 받는 편지이기에 소중한 의미를 담은 편지였다. 그래서 옹알옹알 꼬물거리는 요 올챙이들에게 스승의 날 편지를 쓰도록 강요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편지를 소개하겠다.
 
그때의 감동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전문을 옮긴다.

'000(필자이름)께

우리선생님 바보똥 왜 나만 경고줘요?

(이 녀석은 우리 반에서 제일 말 안 듣는 녀석 -.-)

선생님 말 인제 말듣겠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2008년 5월 15일 000올림'


선생님의 원망으로 시작해서 아름다운 화합으로 끝나는 조....좋은 편지.

읽는 내내 그 아이의 쿨 함에 혼자서 실없이 웃었다.

이렇게 스승의 날이 지나가고....





스승의 날이 끼어있던 주말,

쉴토가 아니라서 집에 못가고 섬에 있었다.

스승의 날을 기념하며 주사님이 배로 섬일주를 시켜주셨다.


출발하기 전에 주사님의 아버지 가두리 양식장에서 싱싱함을 주체할 수 없어 퍼덕이는 우럭을 잡아 배에 동승시켰다. 우리 배는 불꽃놀이의 파편같은 물방울을 튀기면서 파도를 가르며 불꽃같은 쾌속질주를 하였다.



                       천하절경과 신선한 우럭회 때문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배위에서 정신놓고 주져앉아 덩실덩실 춤추는 장면(?)




                                         동굴에 들어가기 전 멋진 경치


이렇게 섬을 돌다가 천해자연이 만든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는 불가사리, 거북손, 성게, 고동, 왕따개비 등 오만가지들이 반짝반짝 빛나며 더욱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두워서 사진이 안찍힘 ㅠㅠ)

 

이곳에서 쉬면서 우럭회를 먹기로 결정!

닻을 내렸다.

그래도 파도에 때문에 배가 살랑살랑 왔다갔다하면서 양쪽 벽을 닿을 듯 말 듯 출렁거렸다.

하지만 나와 분교장선생님은 주체할 수 없는 채취*수렵본능때문에 손은 쉴 새 없이 수렵물로 향하였고 하나라도 더 따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사이 주사님은 방금 잡은 우럭을 회로 썰어주셨다. ~♪

초장 턱! 찍어서 입에 털어 넣으니 이렇게 맛있는 것이 세상에 또 있을 쏘냐!!!

신선놀음이 이런 것이리... 아아 행복해 ㅎㅎ



회를 게 눈 감추듯 홀라당 다 주서 먹고 다시 망망대해로 나왔다,

저기 수평선 넘어 중국땅(?)이 보이는 듯 하구나~

 
자 이제는 눈과 입이 즐거웠으니 손이 즐거울 차례다. 수렵과 채취에 중독증상까지 보이시는 우리 분교장쌤. 입이 툭 튀어나와 주사샘을 쪼으기 시작ㅋㅋ

“아따 저 쪽에 배 한 번 대보랑께...”
 
채취를 위해서 바다 한 가운데 작은 바위 위로 상륙!



필자와 분교장샘은 배가 바위에 닿자마자 바위 위로 짬푸!

정신없이 사냥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워매워매 이게 다 김아니여~ "하면서 선생님은 채취 삼매경 속으로~~

 이날은 완전군장으로 썬캡[시야+2, 피로도 회복 30%]과 장갑[채취 속업+5], 호미[공격력+50], 장화[이동속도+10]을 장비하여 더욱 전투의지가 고무되어 있었다. 역시 사냥은 템빨이었다.


헌데 우리 분교장선생님, 귀신에 홀렸는지 김에 홀렸는지 바위에서 바위로 넘어가셨다.

 "아야 여기가 더 많아야 일로 넘어와~"

 “네. 선생님 -.-;;;”

 

필자도 그 바위로 넘어가서 정신없이 홍합을 캤다. 이때 등뒤로 나의 키를 훌쩍 넘는 파도가 덮쳤다.

꾸엑~~  그대로 옷이 홀라당 다 젖어버렸다.


그제서야 파도의 심각성을 알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봉지를 안가지고 바위로 넘어와서 양손에 넘쳐나는 홍합들 -.-;;

주머니란 주머니에 다 밀어넣고 다시 배가 묶여있는 바위로 넘어가려고 했다.

헌데 분교장선생님이 앞장서서 넘어가시려고 하는데


그때 파도가 쑤~욱 밀려왔다!!!



진짜 사람이 허망하게 파도에 쓸려가더라

 

슬로우 비디오를 보듯 

스르륵하면서 분교장선생님이 바다 한가운데로 쓸려가셨다;;;

 

다행히 분교장선생님이 물에 뜰수 있었고, 배가 있어서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 위험했던 상황.

 

아직은 감당하기 힘든 오월의 싸늘한 바다에 입수하신 우리 분교장샘. 

죽을 고비 넘기셔도 또 홍합 따러오자고 하시네 ㅋㅋ

 

 

한편 그날 목숨걸고 딴 홍합들은....

저녁에 학부모님들이 전복, 가리비, 소라, 놀래미, 삼겹살 불판구이를 해주셔서

입도 안대고 버렸....다는 웃지 못할 뒷이야기...

 

 



                                                       목 넘김이 부드러운 삼결살님이 지나가신 불판 위에

                                                                                 맛의 복음을 전하러 오신 전복님

                                                                                          이 세상의 맛이 아니었다.





p.s. 저희 분교장샘이 3차례 수술을 받으셔서 현재 병원에 입원중이십니다.

어제 문병을 다녀왔는데 다행히 큰 수술은 아니지만, 식사도 못하시고 많이 아프십니다.

애독자 여러분 저희 분교장 선생님의 쾌유를 빌어주십시오.


이제는
 하실 때 입니다.
Posted by 래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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