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까페 글을 보니, 섬으로 들어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섬에서 생활하고 있는 내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생소한 섬 생활이 막연한 걱정과 불안으로 다가올 선생님들을 위해 몇 자 적어 보려한다. 부디 섬생활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섬마을 선생님이 되기 위한 준비물

1. 괜찮아(거짓말...)

섬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필자는 괜찮아라는 거짓말을 꼽았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섬 생활을 시작한다면, 사랑하는 가족, 애인,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지낼 분들이 많다. 그래서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되는데, 여기서 겪는 일을 다 설명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들에게 괜한 걱정을 줘봤자 득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잘 지낸다. 괜찮다 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2. 감기부터 중병까지 각종 질병과 사고에 자유로운 신체

왜 낙도에 사는 사람들이 문화적, 금전적 혜택을 많이 받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들은 질병과 사고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다. 갑자기 질병과 사고가 생겨도 병원이 너무 멀어서 병을 키울 확률이 너무 높다.
고달픈 타향살이 가벼운 감기몸살도 서럽고 힘들다. 한번은 사랑니가 잇몸 밑으로 나면서 왼쪽 턱이 퉁퉁 부어 잠을 못잔 적이 있었다. 결국 3일을 뜬 눈으로 지새고, 병가내서 육지 나와 치료 받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나았다. 바로 병원에 달려갈 수 없다는 불편이 너무 큰 고통으로 다가왔었다. 답은 결국 안 아파야 한다.

 

3. 불편을 사소하게 여기는 담대함.

필자의 글을 애독하는 분들은 갖가지 섬에서의 고생에 서서히 젖어들어 이제는 어지간한 헤프닝이 아니면 이건 고생도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필자도 글을 연재해 나가면서 이번 사건은 저번 사건에 비해서 너무 약한데?? 하며 좀 더 강도 높은 고생의 추억을 열람해보기도 한다.;;; 도둑질도 처음이 어렵다 했나? 불편도 처음만 어렵다. 자꾸 겪다 보면 점점 나를 상처 입히던 날카로운 고생의 칼날은 점점 무뎌지고 자연스레 내 삶의 굴레 안으로 들어온다.

필자는 항상 마음속에서 항상 새기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이 곳이 오지다. 원시적이다. 라고 말해도

이 곳에서도 대한의 새싹들은 자라고 있다. 나는 이 아이들을 가꿀 수 있어서 행복하다. 라고 생각한다.



4. 벌레, 영원한 동반자

시골 관사를 살게 된다면 이들과의 조우를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이 사는 곳에 당신이 침입했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다. 그들과의 투쟁은 끝없는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차라리 그들과 공생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행히 필자가 사는 곳에는 바퀴벌레와 쥐는 살지 않았다.(전에 쥐 편은 다른 선생님의 이야기...)

개미 - 음식을 절대 생활하는 방에 남겨두지 않는다.

나방&파리&하루살이&모기 - 방충망과 출입문을 철저하게 단속한다.

파리&잠자리 - 날개 짓으로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한다. 이때는 침실의 불을 끄고, 거실에 불을 켠다. 그리고 1분만 있으면 벌레가 저절로 빠져나간다. 문 닫고 자면 해결! (효과 정말 좋음)

지네&그리마 - 보이는 족족 죽여야 한다. 지네는 쌍으로 다닌다고 한다.
지네 죽이는 법 - 내구력이 어마어마해서 웬만한 직접공격으로는 죽지 않는다. 신문이나 화장지로 싸서 火형. 

거미 - 하나 키우면 적적하지 않다. 이름도 지어준다. 잡 벌레를 잘 잡아준다.

모든 벌레에 자유로울 궁극의 해결법 - 모기장 쉴드가 있다.

 

5. 자신만의 확고한 교육관

필자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교직경력이 전무한 상태에 와서 아이들이 필요로 한 것과 내가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기능이나 지식 등이 부족했다. 섬에서 특히 분교라면 업무도 적고 퇴근 후에 딱히 할 일도 갈 곳도 없기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교과공부 이외에도 교사 개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아이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또한 자신이 지닌 교육신념이나 교육철학 등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필자는 부족한 준비로 황금 같은 찬스를 놓쳐서 너무 아쉽다.



6. 학부형님과 동네형님 그 애매한 관계

 방과 후가 되면 잊었던 섬에서의 삶의 중력이 몰려온다. 일단 이동수단인 배부터 물 공급, 가스․기름 공급, 기계고장, 기후, 섬생활에 알아야 할 것들을 혼자서 처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부모님=마을주민분들과의 만남은 피할 수 없다.
  물론 학교에 관한 일로 주로 만난다. 하지만 이웃으로도 만나야할 경우가 반드시 생긴다. 다행히도 필자는 가족처럼 학교와 필자의 섬생활을 도와주시는 분을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정말 그분이 없었다면 이 섬에 살수는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자주 인간적인 교류가 생기다보면 친밀해지는데, 여기서도 적정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1. 형님(x), 누구 아버님(o) 으로 부른다.
2. 개인적 자리에서는 학교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3. 이곳을 떠날 때까지는 담임선생님과 학부모님으로 관계를 지켜주시고,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 허물없는 관계를 유지하자고 약속을 한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겠지만, 3. 불편을 사소하게 여기는 담대함으로 생활한다면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제는 준비물 말고, 이곳에서 얻은 것에 대해 자랑 좀 해야겠다.




1. 대한민국 어디든 살 수 있다는 자신감.

  EBS 실험프로젝트 예비역들 무인도에서 버티기 다큐를 본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살만하다는 걸 느꼈다. 필자는 대한민국 어디다가 내놔도 살 자신이 있다.

단 아마존의 눈물-조에족 제외

조에족이 사는 곳에 비하면 내가 사는 섬은 타임스퀘어였다.



2. 오감으로 느끼는 일기예보능력

 일기예보는 주말의 꿀같은 휴식과 생필품 보급을 위한 중요한 날이므로 항상 주시하게 된다. 그러한 간절한 때문에 슈퍼컴퓨터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일기예보를 본능적․1차원적인 오감으로 감지해 내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파도의 색깔(?)만 봐도 주의보를 느낄 수 있다.


3. 독서, 혼자 할 수 있는 자기 계발

 이곳에서 정말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다만 상대적으로... 예전의 삶에 비해 책을 많이 읽음)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에 반성의 시간과 자기계발의 좋은 기회가 된다. 필자 같은 경우 괄목할만한 글쓰기와 라면삶기 스킬을 습득할 수 있었다.


4. 성이 다른 아들, 딸, 동생, 조카를 얻는다.

소인수 학급에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같이 생활하다보니,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곤 했다. 한명이 감기가 걸리면, 모두가 다 감기가 걸려서 교실이 병실이 되고, 아이들이랑 웃고 떠들면 교실이 집안의 거실처럼 친근해졌다. 이것은 내가 교사였기에, 그리고 섬에 왔기에 얻을 수 있는 전지구적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학년의 끝자락인 2월, 짐과 함께 지난 2년간의 추억을 정리해 본다.

만약 추억에 무게가 있었다면 너무 슬펐을거야.




왜?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 이 소중한 추억들을 섬에 두고 가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추천을 해주세요.
추천과 댓글은 필자의 글솜씨를 자라나게 합니다.
오른 손꾸락과 좋아 별을 과감하게 클릭클릭!


이제는
 하실 때 입니다.

Posted by 래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