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만 헤어져.

 

 이 말은 신종플루확진이라는 말보다 더 우리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억장이 내려앉게 한다. 이 눔 시키는 시험 잘 보라고 엿 하나 사주지 못할망정, 나에게 이별의 대못을 가슴에 콱 박고 떠나 버렸다. 예전에 남몰래 키워왔던 당신의 향한 애정은 어느새 당신 몰래 키워온 애증으로 돌변해 있었다.

 [임고생 매뉴얼] 수많은 임고생이 헤어지는 이유를 통해서 왜 헤어지는 지는 대강 알아보았다. 그래도 위 매뉴얼은 인간적으로 임고 끝나고 헤어진 경우였지만, 이번 이야기는 임고 이전에 깽판을 놓고 간 무자비한 애인과 외롭게 남겨진 임고생에 관한 글이다.

 


"임고생활 때문에 외롭고 고통스러운데, 실연까지 당해서 이젠 숨쉬기조차 힘들어요."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차라리 사랑하지 말걸 그랬어요."

 라고 슬퍼하는 임고생에게 바치는 글이다.
 공감과 몰입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손발이 오글오글하고 지울까 말까 심히 고민하는 나의 일기를 쿨하게 투척하기로 한다.

  

너무 아프다
 
마음의 병
 
곪고 또 곪고 또 곪아 너무 너무 아프다.
 
하지만 손발이 다 떨어져 나간 듯 손 쓸 도리가 없다.
 
아파서 차라리 정신을 잃어 버렸으면 좋겠다.

- 단물 다 빠진 막장 교대생이야기 中 -

 위 같이 오글거리는 일기를 써 놓고, ‘오현란의 조금만 사랑했다면’을 들으면서 애인에게 소홀했던 나를 원망하고, ‘SG워너비의 timeless’를 들으면서 너와의 추억을 감사하며 그래도 잊지 않고 사랑할거야라는 결심도 하면서 이 세상 모든 이별노래에 마음을 주고 눈물 콧물 다 빼고 했었다.

 

 

 실연은 정말 지독히도 슬프고 고약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미련한 사람아~ 미련을 놓아주자.

 이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켜야할 행동강령이 있으니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가혹한 현실을 극복해 보자.

 

1. 헤어진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녀)와의 이별이 당신이 잘 챙겨주지 못했거나, 배려가 부족했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아쉬움과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고 1cm만 더 손을 뻗었다면 이와 같은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망령이 당신의 주변을 서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남겨진 현실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임용고시라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당신에게 격려의 말 한마디와 기다림은커녕 냉랭한 이별을 선고하고 떠나간 그 시키. 노골적인 적의(?)를 보여준 그는 예전에 당신에게 사랑을 속삭였던 그 사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수고와 노력을 한다고 해서 둘의 관계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그가 돌아올지 몰라도, 금방 같은 이유로 헤어질 것이다. 한번 고장 난 물건이 같은 이유로 고장 나는 것처럼...

 

2. 애인이 주었던 물건은 치워라.

 그 지독한 놈의 흔적을 깡그리 없애라. 곪은 상처는 다 도려내야지만, 더 이상 곪지 않고, 새살이 마데카솔 바른 것처럼 돋아난다. 필자는 예전 여친이 주었던 하트솔라씨 상자를 버리지도 못하고 쩔쩔 맸었는데, 엄마가 내 방 정리하면서 버렸다. 내심 감사하고 있다.

 

 3. 슬픈 발라드, 이별을 노래하는 노래 일체 금지.

 슬퍼서 우는 것인가? 울어서 슬픈 것인가? 울기 위해 음악을 듣고, 울면서 슬퍼진다. 

 

 4. 그 시키 생각은 치워버리고, 다른 것에 집중하라.

 게임이나 다운받는 드라마처럼 좋은 진통제가 없다. 하지만 일시적 고통은 줄여줄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시험을 앞둔 임고생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맛있는 것 먹기, 잠자기 등이 있지만 결국 원초적인 활동에 의존해야 된다는 것이 아쉽다. 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남은 시간은 공부해야지...

 

 5.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라.

 혼자 있으면 어느 샌가 그 시키의 망령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당신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니 혼자 공부하지 말고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스터디를 시작해라. 실연당한 당신의 딱한 사정을 알고 있다면 친구들도 기꺼이 당신과 함께 할 것이다.
 


6. 다시 돌아올지도 몰라.

 작은 홈피 비쥐엠을 ‘다시 돌아올지도 몰라’로 설정하고 일기장에 그 시키를 그리워하는 두루뭉술한 문장 몇 줄 적어 논다고 해서 제 발로 나간 그 시키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심지어 그 시키의 작은 홈피에 SG워너비의 STAY가 울려 퍼지며, “조금만 기다려 나 돌아간다고.” 라고 밑밥을 뿌리고 나를 기대하게 했었지만 그 시키는 절대로 안돌아 왔다. 기대와 미련을 버려라. 싸이월드도 집어치워버려라.

 

 7. 그런 사람 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외롭고 힘이 드는가? 그 사람처럼 나를 잘 이해해준 사람은 없었는가? 새 사람 만나기가 무섭고 사랑에 자신이 없는가? 역사는 반복되고, 내일의 해는 또 뜬다.
 예전에 당신에게 찾아온 낯선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며 당신에게 설렘을 주고 사랑을 주고, 당신이 드디어 마음을 열면, 서서히 권태를 보여주며 떠나갔다. 이제야 그 시키를 놓아주니, 어느새 다른 여자에게 찾아가 낯선 남자가 되어 사랑을 속삭이고, 애정을 쏟고 있다.
그것을 마냥 지켜보며, 자리에 주저앉아 슬퍼 할 것인가? 떠나간 사람이 예전에 애인에게 제일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나(떠나간 그시키) 없으면 못 사는 당신의 모습이다. 이제는 너 없이도 잘살고 임용고시도 합격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리고 나를 가꾸며 더 좋은 사람을 기다리자. 그런 사람 분명 또 있다. SES, 핑클 없으면 못 살 것만 같았지만, 소시, 원걸, 카라, 브아걸 덕에 더 행복해지지 않았는가?



이별의 아픔은 감기와 같다고 했나?
치료약은 없어도 휴식과 안정을 취하다 보면 어느새 낫는다.


 임고생의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헌데 이별한 임고생의 시간은 더욱더 값지고 중요하다. 시간은 때로는 돈이지만, 때로는 약이 된다.
시간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그저 그것을 헤아리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뜻을 갖는다. 어쨌건 지난 당신의 사랑이 진심이었다면, 한순간에 슬픔과 아픔을 털어내려고 하지마라. 한 줌씩 한 줌씩 슬픔과 아픔을 덜어내다 보면 어느새 건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징크스를 좋아하는가? 우리 과의 전통적인 징크스가 있는데, 4학년 때 헤어지면 반드시 합격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이런 면에 있어서 필자는 후배 임고생들에게 이별을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남친과 헤어져 10분 더 공부할 수 있게 된 행복한(?) 임고생을 떠올리며 모질게 공부해 보자.

 

 이 매뉴얼은 모든 감기를 해결하는 종합 감기약 같은 것이 아니라 틀린 문제에 또 틀리는 과오를 줄여주는 오답노트 같은 것이니 오역이나 과대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p.s. 난 솔로라서 괜춘^^ 하다는 솔로 임고생 여러분 보세요.
필자는 곧 있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연극표 3장을 예매했어요.
누워서 편하게 보려구요^^
우리 모두 행복한 겁니다.
2장 예매하신 분들은 조금 불행한 거에요. (내 자리, 내 가방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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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창작블로그 동시 연재중
Posted by 래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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