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논술
※ 필자는 08년도 변화된 임용고사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임용고사 논술과 다를 수 있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이제껏 글쓰기라곤
레포트 낼 때 잠깐씩 하던 짜집기와
포도알 얻을려고 몇 줄 쓴 싸이 다이어리 밖에 없는데
논술을 쓸려니 앞이 캄캄해요.
지문을 열 번 읽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요.
뇌에 아토피가 생겼나봐요.
그리고 답안은 왜 이렇게 길게 써야 되나요?
헌데 옆에 있는 학우들은 환장하고 답안을 작성하고 있어요.
무엇이든 써야 할 것 같아서 일단 펜을 들고 글을 써요.
글씨체는 포인트 9~13에 지렁이체에요.
누가보아도 악필러에요.
하지만 내용이 더 문제에요
작가인 나도 내가 무슨 글은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작가는 확실한데, 주제미상 내용미상의 작품이에요.
눈물을 머금고 답지를 바꿔요.
그래도 난 천재인가봐요.
갑자기 멋진 단어가 떠올랐어요.
아앗! 또 떠올랐어요.
이제 이것만 조합해서 쓰면 멋진 글이 나올 것 같아요.
헌데 이건 머죠?
글을 연결해 놓으니 조화가 안돼요.ㅠ
이건 마치 노래를 만들었는데
강강중강약 강약중강약 이런 게 아니라 강강강강강 이에요.
답지를 또 바꿔요.
소주 2병 마신 것처럼 손이 덜덜 떨려요.
이제는 시간이 없어요. 답안지를 괜히 바꿨다는 후회가
심장박동수에 맞추어 1분에 60번씩 들어요.
궁지에 몰리니 초인적인 힘이 발휘돼요.
똥마려운 사람이 화장실을 찾아가듯
답지를 글씨로 발라버려야겠다는 맹목적인 본능과
뇌를 거치지 않는 손의 자율신경으로 원고지를 채워나가요.
시험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려요.
뒤에 사람이 나의 답안를 걷어가려고 해요.
우선 앞에 사람 것부터 걷으라고 해요.
마지막 똥꼬 쥘 힘까지 쏟아내서 글을 마무리해요.
시험관이 이러면 안된다고 핀잔을 주지만 이미 그 소리는 귓등으로도 안들려요.
오직 해냈다라는 안도와 성취감에 흠뻑 취해요.
초긴장 상태에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곡예를 했더니
어느새 방광에 물이 한가득이에요.
화장실로 가요. 친구들이 있어요.
친구들이 어떻게 썼냐고 물어봐요.
음... 아무리 기억을 해내려고 해도 한 여름밤의 꿈을 꾼 것처럼
내가 무엇을 썼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것은 당연해요
답지를 글씨로 발라버려야겠다는 맹목적인 본능과
뇌를 거치지 않는 손의 자율신경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에요.
헌데 갑자기 울분과 억하심정이 와락 엄습해요.
답지를 걷어가던 맨 뒤에 놈이 칭얼칭얼
하도 보채 싸서 마지막 100자를 못쓰고 낸 것이 떠올랐어요.
그것 때문에 하루 종일 짜증이 나요.
필자의 부끄러운 글솜씨 과거에 대해 몇자 올리고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필자는 대학오기 전에 박학천 논술 모의고사를 본적이 있었는데
전교 꼴등에 전국 백분위 95%라는
먹이사슬 최하단을 차지하고 있는 비루한 글솜씨의 소유자였다.
경악할만한 것은 진지하게 원고지를 다 채웠는데도....ㅠㅠ
그래서 필자의 고3담임선생님께서는 논술을 반영하는 대학은 원서도 안써준다고 하셨다.
하지만 필자 같은 글쓰기 둔재도 글을 잘 쓸 수 있다.
사행성 아니 헛된 기대를 조장하는 바카라가 부릅니다.
프리티 걸~ 프리티걸 누구라도 될 수 없죠.
하지만 누구라도 글은 잘 쓸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글 잘 쓰는 비법이란 무엇이요?
라고 물으면 대륙의 문인, 구양수선생님이 이렇게 노하지 않으실까?
“이미 다 가르쳐 주지 않았느냐?”
바로 비법은 三多 - 多讀 多商量 多作
여기에 글쓰기의 진리가 다 있다.
1. 다독
무엇을 쓸 것인가? 건더기 없는 국 없듯이
내용 없는 글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풍성하고 맛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양질의 많은 재료를 써야 한다.
그러기에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또한 책을 많이 읽어서 좋은 점은
모작이라고 해야하나
인용이라 해야하나?
어쨌든 글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다행이 여기서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공부하는 책을 부지런히 읽어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센스쟁이들이 아무리 예쁘고 어울려도
상의에 하의, 신발에 가방 악세사리까지 한 매장에서 다 구입하지 않듯이
교육논술도 교육분야에서만 다 골라 쓴 글이 좋은 글은 아니다.
평소 다방면의 박식한 지식을 가미한 논술이야 말로 진정으로 빛나는 논술이다.
2. 다상량
논술의 핵심은 다상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도 임고생메뉴얼을 연재하면서 한주제한주제 하나하나마다
2~3일씩 고민 끝에 글을 쓴다. 진지한 고민이 그럴싸한 작품을 만든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는 답과 진지하게 한번쯤 생각해본 문제의 답은 천지 차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여기서 현장에서 맞닿을 수 있는 논술문제를 하나 제기해 보겠다.
“쌤, 월급날이죠?
넷마블 캐쉬 충전해주세요.”
"아놔~ 이런 개념분실한 녀석, 내가 니 애비냐?"
라고 말초적인 역정을 내기 전에
이 것에 대해 교육적으로 접근을 해보자는 것이다.
아이가 게임 중독에 빠져 있는지는 않은지
아이의 중독 상태를 본인과의 상담과
급우들이나 부모님을 통해서 그 정도를 파악하고 알맞은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렇듯 평소에도 나올만한 문제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자.
3.다작
논술시험을 두달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몇 번 더 써본다고 해서 크게 나아진다고 말할 수 없다.
다작의 기능은 글을 좀 더 세련되게 뽑아낸다던지,
자신의 생각을 순차적으로 한번 정리해 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
갑자기 뛰어난 문장력과 아귀가 탁 떨어지는 내용구성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그러기에 다작할 시간이 없다고 의기소침해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3多 이외에 필자가 강조하는 4번째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독자에 대한 배려다.
차근차근 말하지 않으면 50년을 같이 산 부부도 서로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소설에서는 기승전결, 논술에서는 서론본론결론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헌데 필자가 여학우들의 싸이 다이어리를 보고 있자면 걱정이 태산이다.
결국은 그렇게 될 일...
가슴이 답답해
너는 이런 날 알까?
오빠는 내가 왜 화난 지 알아?
이건 뭐 본진 자원먹고 캐리어 나오는 꼴이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프로포즈하는 격이다.
이런 글은 이 몸이 일백번 고쳐죽고 백골이 진토되어도 그 뜻을 헤아릴 수 없다.
논술이 머리와 꼬리 잘라내고 먹는 갈치구이 같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인과관계를 전혀 알 수 없는 쌩뚱 맞은 글자를 덜렁 내놓으면 좋아라할 채점자는 없다.
자신의 글에 꼭꼭 숨어있는 함축적 내용을 시험관이 읽어주길 바라는 것은
헤어진 남자친구가 내 싸이 일기장을 보고 다시 돌아 와주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헛된 기대다.
그러니 독자(채점자)를 고려한 친절한 논술은 필수다.
오늘의 요지를 정리하면서 마무리 하겠다.
1.다독 - 교육학 교육과정 책을 열심히 읽으면 된다.
2. 다상량 - 공부를 하면서 그냥지나치지 말고 한번씩 따져보자. (창조적, 비판적 사고)
3. 다작 - 자기 생각을 간단하게라도 쓰면서 정리해보자.
4. 채점자를 고려한 논술
모두가 아는 Tip) 교직논술 작성요령
문제 제기 - >문제파악, 해결방안 모색 및 계획 설립-> 실행 -> 반성 및 사후관리
이거슨 진리-_-v
글쓴이가 안쓰러워 한 줄씩 써주는 댓글은
변비치료와 임용고시 합격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추천에는 로그인이 필요 없어요^^
알라딘 창작블로그 동시 연재중
'임고생메뉴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고생 메뉴얼] 20. 면접 (1) | 2009.11.25 |
---|---|
[임고생 메뉴얼] 19. 이별관리법 (5) | 2009.11.24 |
[임고생 메뉴얼] 17. 슬럼프 (1) | 2009.11.16 |
[임고생 메뉴얼] 16. 불면증 (3) | 2009.11.12 |
[임고생 메뉴얼] 15. 희망 (2) | 2009.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