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병장임고생의 탐구생활이에요.

2차 논술 시험을 보고나면 임고생은 말년병장이라는 계급장을 얻어요.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선배들처럼 되지 않겠다.’ 굳은 맹세를 하던 상큼한 초보임고생은

렌즈 -> 안경

뽀얀 피부 -> 여드름

잘록한 허리 -> 머리, 가슴, 배의 3등신

입에서는 ‘꼴찌라도 좋으니 제발 합격 좀...’ 이라는 주문을.

손가락에 볼펜 굳은살,

엉덩이에는 종기로 말년병장임고생 인증을 마쳐요.

고독하고 치열한 임고생활의 흔적이 고스란히 육체에 남게 된 것이에요.

임고의 폐해는 피폐해진 육체뿐만이 아니에요.

내 귀에 공망, 공부망령 또한 생겼어요.

이제는 죽자 살자 공부 안 해도 되는데,

공부망령은 어느새 나타나

‘그래도 공부해야지. 니 점수에 잠이 오냐?’ 라고 귓가에 속삭여요.

이런 망할... 욕을 하며 공부망령을 쫓아내요.

그리고 수첩하나를 꺼내요.

이거슨 그간 입술을 질끈 깨물고, 양 코를 화장지로 봉하면서 고달팠던 임고생활동안

가련한 나의 영혼을 살살 달래주던

한줄기 빛과 구원이 되었던 김칫국리스트(임고생 매뉴얼 3화 참조)에요.

임용을 준비하는 나는 번데기 안에서 가혹한 시련을 겪지만,

임고만 끝나면

나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닐 것이라 상상하며 쓴 것이에요.

자유롭게 세상을 구경하는 보헤미안처럼

때로는 분주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티즌처럼

혹은 목가적이면서 서정적인 음유시인으로 변신시켜줄

젊음을 200%로 즐길 수 있는 궁극 필살 리스트에요.

여행, 놀기, 밀린 드라마 시청, 게임, 잠자기, 사법고시(?) 등등이 적혀 있어요.

이대로 공부하면 사법고시도 패스할 기세지만,

법조인을 꿈꾸는 어린 양들에게 시련을 주기 싫어서 자제하기로 하고

일단 가볍게 시작 할 수 있는 드라마시청, 게임, 잠자기를 하기로 해요.

한손에는 마우스, 한 손에는 리모컨을 들고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고, 정보의 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해요.

헌데 시험보기 전에는 꿀 발라 놓은 것처럼

한없이 재밌던 드라마와 게임이 이젠 너무 시시해요.

심지어 마우스 클릭, 리모컨으로 체널을 바꾸는 것조차 귀찮고 권태스러워요.

눈만 뜨고 있으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도 이젠 차마 눈뜨고 볼 수도 없어요.

만사가 귀찮아서 잠을 자기로 해요.

제기랄... 이제는 잠조차도 안와요. 

신이 있다면, 신은 나의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열정마저도 싹쓸이 해 버린 것 같아요.

임고 두 번 봤다가는 숨 쉬는 것조차 귀찮아 질것 같아요.

 

 

이렇게 2차 시험이 끝나고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지만 또 학교에 가야 돼요.

졸업을 해야지만 기간제를 하든 교사를 하든 할 수가 있으니까요.

기말 고사 공부를 하려는데 담배하나 꺼내 물고 싶을 정도로 씁쓸해져요.

의욕, 사기 102% 발휘하여 교육학 관련 선택 과목을 골랐는데,

임용시험에 도움은 전혀 안되고, 귀찮게 기말고사 시험만 보게 되었어요.

개낭패에요.

물론 임용공부해서 시험보기 쉽지 않냐라고 하지만,

교육학 따위는 시험장을 나오면서 이미 다 잊어버렸기 때문에 공부안하면 또 몰라요.

 

어쨌든 시험이 끝났어요.

터벅터벅 집에 가는 길에 후배 녀석들을 만나요.

새로운 불쌍한 중생들이에요. 바로 초보임고생들이죠.

임고는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냐고 물어봐요.

피식하고 헛 웃음이나오고,

하아~ 이 어린것들이 임고본다고 이제는 난리구나!ㅋ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한편으로 가소로워요. 흥ㅋㅋ

이자슥들이 죽도록 공부해서 쌍코피 콸콸 쏟아 봐야

 아~~ 이래서 선배의 알짜노트 서브노트가 빨간색이였구나~~~ 할끄야!!

라고 말해줘요. 속이 시원해요.

후배는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고 해요.

말병임고생은 교육학 강사, 교육과정 강사 한명씩을 점지해줘요.

그리고 잊지 않고, 강사를 믿지 말라.고 말해줘요.

왜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여튼 초보임고생이 감지덕지하며 말병 임고생의 점쾌를 얻어가요.

그 뒷모습을 보며 적절한 조언을 해준 내가 만족스러워요.

 

 

2차도 합격하고 3차 시험까지 보고 어느새 합격자 발표 날이에요.

결과를 기다리는 날도 지옥 같았지만,

확인하는 그날만큼 우리의 가슴을 옥죄는 날도 없어요.

떨어지면 1년 더하면 돼지 그까이꺼~~라고 쿨하게 말하는 당신이었지만

그날만큼은 똥마려운 사람처럼 안절부절 정신을 못 차려요.

그와 중에 한 가지 단호한 결심이 있어요.

나의 결과만큼은 누구한테도 전해 듣지 않고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해요.

그래서 혹시나 문자를 통해서 결과를 알게 될까봐 핸드폰을 꺼놔요.

하지만 그 시간까지 맨 정신으로 기다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에요.

일단 친구들을 불러 모아 새벽까지 진창 술을 퍼마셔요.

헌데 이건 웬 걸...

배** 교수님의 말처럼 이날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질 않아요. ㅠㅠㅠ

결국 죽을 만큼 마시니깐 진짜 죽었어요. ㅠㅠ

다음날 친구의 자취방에서 11시 정도에 겨우 일어나요.

이 시간이면 이미 결과는 만천하에 들어나 있을 것이에요.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해요.. 웬걸... 아직도 접속이 안돼요.

할 수 없어요.

교육청보다 합격자 발표가 빠르다(?)는

초등임용고시 같이 공부해요. 까페에 접속해요.

역시 믿음직스러운 누리꾼이 벌써 파일을 공유해놓았어요.

바탕화면에 다운을 받고 창을 활성화 시켜요.

초보임고생시절 선배들의 합격여부를 알아보는 신속함은 찾아볼 수 없어요.

지난 밤 알코올 기운인지 긴장 돼서인지

알 수없는 몸속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떨림에 지배당한 손으로

1페이지부터 스크롤바를 조심스럽게 내리면서 차근차근 합격자 이름을 스캔해요.

CTRL+F를 몰라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에요.

이름을 찾아가며 간간히 합격한 친구들의 이름이 보여요.

앜 Olleh~~~~~~~~~~~~~~~~!!!!· 드디어 내 이름도 있어요.

2002 월드컵의 함성을 재연해요. 대박 행복. 나는 이제 세상을 다 얻었어요.

행복의 기쁨을 진정시키고 부모님께 알려요.

역시 넌 내 자식이래요.

전화를 끊고 다시 합격자 검색에 열을 올려요.

제일 먼저 짱친들을 검색하고,

그 다음 개떡같이 공부안한 친구녀석들을 검색해요.

그리고 자신이 아는 장수생들을 검색해요.

물론 전국 수사망을 펼쳐서요^^.

마지막으로 자신이 아는 모든 수험생의 이름을 검색해요.

그리고 모든 이름들을 보고 또 보아요.

이제 합격자 확인하는 것도 재미없고 해서

개떡같이 공부는 안했지만 합격한 친구 녀석에게 합격의 축하문자를 보내요.

헌데 이시키가 답장이 없어요.

합격하니깐 눈에 뵈는 것이 없냐?라고 혼구녕 문자를 보내요.

이제야 답문이 와요.

ㅅㅂㄹㅁ 동명이인이다 ㅠㅠ.

헉 ㅠㅠㅠㅠ 이렇게 나는 죽을 죄를 짓게 돼요.

이상 말년 임고생의 탐구생활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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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업데이트 : 20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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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래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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