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생 탐구생활이에요.

아~ 모든 것이 행복해요.

숨만 쉬어도 행복하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가 봐요.

하늘에 떠 다니는 구름도 행복해 하고,

지나가는 누렁이 똥꼬도 날 보고 사랑스럽게 미소 짓고 있어요.

내 발걸음은 모래주머니를 방금 푼 것처럼 사뿐사뿐 가볍고

내 몸은 방방이(트램펄린)에서 방금 내려 온 것처럼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음 한구석을 언제나 언짢게 했던 숙변 같은 걱정들도 말끔하게 사라졌어요.




이렇게 거국적으로 기쁠 수가 없으니, 매일같이 연회를 안 열 수가 없어요.

가족들과 한잔

친구들과 한잔,

후배들과 한잔


 

술자리에서 지역 수석자 이야기가 나와요.

P군 : 나 그 아이 아는데, 그런데 내가 아는 그 아이는 수석감은 아닌데... 참 신기해~

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는 친구 녀석이 한 마디해요.

... 니도 교사감은 아니여...

P군 : 뭐이 ㅅㅂㄴ이

주먹이 올라가요.

이때 다 같이 마법의 주문을 외워요.






다시 화목해져요 ^^*.

그래요. 임고생시절 음울했던 주문

꼴찌라도 좋으니 제발 합격 좀....

은 합격함으로 인해서 합격했자나~로 바뀌었어요.

모든 걱정과 불화, 다툼, 앙금을 눈 녹듯이 녹게 만드는 행복의 주문

합격했자나~♡

이 주문만 외우면 부시와 빈라덴도 이제는 짱친이에요.

평소 더치페이를 생활신조로 삼았던 당신도

합격했자나~♡

이 소리 한번이면 저절로 지갑이 열려요.

그래 합격했으니깐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지만

앜.....! 남아있는 것은 카드 영수증 뿐ㅠ

그래요. 합격하고 발령나기까지는 시간과 모임은 정말 많은데,

비참한 것은 돈이 없다는 것이에요.

단지 술값만의 일이 아니에요.

사회인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옷, 헬스, 헤어, 화장품, 자기계발, 여가활동 등등 돈쓸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때 문자 한통이 와요.

『**금융 김팀장입니다. 고객님은 900만원까지 무방문 당일 대출이 가능합니다.』

귀신같이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모르겠어요.

아... 그런데 나 지금 흔들려 자꾸 흔들려~♪ 난 이제 곧 돈 벌 사람이잖아~~♬

엄청난 유혹과 고민에 휩싸여요.

아 쓰읍... 이걸 질러 말아?  고민의 심연에 빠져요.

합격생 여러분, 정말로 돈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그래왔듯이 MF[마더펀딩(그냥 엄마 용돈 좀...)]를 이용하세요.

약간의 욕은 얻어먹겠지만,

30년 전통의 저금리와 안전한 자산운용을 해온 우수 금융기관이에요.

대출 심사가 복잡하시다구요?

심사관의 귓가에 한마디만 해주세요.

합격했자나~♡

담보는 월급으로 하시면 돼요.


헛, 그런데 합격만 해서는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래요.

임고생에서 교사로 전직하기 위한

※최종 퀘스트

15가지 레시피를 구해서

정해진 날짜 안에

해당 지역 교육청에 전달해야 된데요.


용사 교사가 되기 위한 15가지 레시피


공무원 신체 검사표

졸업증명서

공무원 인사기록 카드 ... 등등




아니 요즘 보험도 하나만 들면
 
수 만가지 질병과 재해를 보장해 준다는데
 
왜 이렇게 구닥다리 잡것들을 많이 준비해야하는지~!!!
 
보증인 세우고 친구 주민번호 쓰고 머가 이렇게 많아 아아앜!!!!


 
‘열과 성의를 다해서 열심히 가르치겠다.’ 는 각서 한 장이면 안되나?

불평, 불만을 해요.

당신의 불평 불만을 듣던 형이

이 귀찮은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데요.

뭐냐고 물으니 

포기각서 한 장....

 


 

 
이제 15가지 레시피도 전달하고 이젠 진정한 교사가 됐어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직전 연수를 받으러가요.

연수원 위치는 일단 교통편이 아주 열악하고

주변에는 산과 논, 밭만 있는 천연요새 안에 있어요.

왜구의 침략을 막아야 할 것 같은 곳에 왜 연수원이 있는지 이해가 안돼요.

차 있는 친구에게 굽신거려서 얻어 타고 연수원에 도착해요.

간혹 연수원 자리에 번호가 적혀 있어요.

그래요. 단순한 번호가 아니라 임용등수 번호에요.

꼴찌라도 좋으니 합격이라는 말은 이제 조선시대 이야기에요.

캐 굴욕이에요 ㅠㅠ.

강의 중에 "맨 뒤에 선생님 문 좀 닫아주세요." 라고 하면

이제는 뒤에서 문 닫고 합격한 것까지 재연 및 인증까지 하게 되요 ㅠ

 


연수를 가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한두달 사이에 여학우들이 몰라보게 이뻐져요.

심지어 부모님도 몰라보게 보게 이뻐져요.

신기할 따름이에요.

 

또 연수에 빠질 수 없는 분들이 있어요.

우리가 2주 연수 받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으시고 곁에 있어주신

카드 아주머니들...

쉬는시간만 되면, “카드하나 만들어요.” 우리에게 접근하세요.

보통내기들이 아니에요. 여간해서는 떨어지지 않아요.
 
그분들을 퇴치하는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1. 우선 어디 카드 아줌마냐고 물어보세요.

2. 그 다음에 그 회사카드 이미 만들었다고 하면 돼요^^.

여기서 다른 카드가 있다고 말하면 안돼요.

또 만들라고 하거든요. 꼭 그 회사 카드가 있다고 하셔야 돼요^^

이렇게 카드아줌마들의 배웅(?)을 받으며 연수원을 나서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져요.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에요.

매일 같이 밥먹고 술먹고 놀았던 그 자식들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우리 떨어져 지내더라도 연락도 자주하고, 자주 만나자고 약속하고 또 약속해요.

그런데 한 녀석이 산통을 깨요.

“너는 등수가 안습이니 백프로 섬이겠다.

모임 있어도 못 오는 거 아니야?“ 라고 속을 박박 긁어요.

술잔을 원샷으로 털어내고 담배를 하나 꺼내물어요.

지나치게 씁쓸해져요. 합격의 감사함도 이제는 잊혔어요.

그렇게 발령 날까지 불안에 떨다가

자대배치 발령 받는 날, 말이 씨가 돼서 합격생은 섬으로 발령이 나요.

이상으로 합격생의 탐구생활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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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래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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