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


 차마 입에 올리기 황망하고 불경스럽기 짝이 없다. 굳이 나는 이런 글을 써야 할까? 고민도 해보았다. 세상에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고, 생명이 태어나면 죽음도 있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무미건조한 모범답안 가지고는 이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지금 내가 쓰는 이글은 시험에서 떨어진 모든 사람을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필자 주변의 지인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진솔한 위로가 되길 빌면서 어렵게 꺼내는 이야기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입장이 아니라 진심으로 불구덩이 속에서 가슴아파하며 쓰는 이야기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컴퓨터 화면으로 비춰지는 나의 1년의 결실은 그렇게 실패로 확인되었다. 확인이라기보다는 난 실패자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라는 불합격의 폭탄은 나의 품에서 결국 터져버렸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 절망, 아픔과 자괴감, 밀려오는 후회, 고통, 암담했던 수험생활과 다시 해야 될 수험생활 등이 끔찍하게 나를 억누르고 있다. 그 와중에도 용기와 희망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꾹 다물고 구태의연해지려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전해져오는 흐느낌에 들썩거리는 어께와 시큰거리는 콧소리는 끝내 오열로 변한다. 부모님도 나의 비보를 전해 듣고 말로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실망과 슬픔의 빛을 감추지 못하신다. 어느새 우리집은 상가집같은 분위기가 돼버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장밋빛 교직생활을 꿈꾸던 우리집은 불합격이라는 거인이 짓밟고 간 쑥대밭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너무나 혼란스럽고 부끄럽고 죄스럽다. 망가진 나의 자존심보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부모님께 죄송스러워서 더욱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럼 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위로와 격려가 되는 말이 있을까?


필자는 단언하건데 그런 말은 없다.

심금을 울리는 어떠한 말도 지금 불합격자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 아픔, 답답함, 막막함, 수치스러움, 죄스러움을 덜어줄 수 없다.


기운내! 힘내! 운이 없었어! 다음에 잘하면 돼지! 인생세옹지마야! 비온 뒤에 땅이 굳어!

더 잘 되려고 그러나 보다!


 이런 것은 이미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내안에 모든 해결책과 열쇠가 들어있다. 다만 이렇게 슬퍼하는 이유는 우리는 인간이기에,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자존심이 있기에, 죄송함을 알기에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지옥 같은 현실을 잊기 위해 술도 마시고, 자책도 자학도 해본다. 그것들이 현실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멈출 수가 없다. 그래도 자신을 향한 질타를 거두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지독히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과정이지만 그 방법 밖에 없다.

술, 마취, 마약은 고통을 잊게 하고 즐겁지만, 회생 불능한 환자에게 취하는 처방이다.
재활과 치료는 고통스럽고 즐겁지는 않지만, 진정한 심신의 회복을 이루게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너무 격앙된 나머지 일을 그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재기의 힘을 길러 보려고 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금고에 전 재산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금고채로 도둑을 맞은 것 같이 허탈해요. 매일같이 공부만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시험이 1년이 더 남았잖아요. 공부를 하기도 그렇고 이제는 뭘 해야 할까요?  

필자는 조심스럽게 봉사와 독서를 권해본다. 

 내 코가 석자인데 무슨 봉사인가요? 라고 물을지 몰라도 세상에는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는 이는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 수만큼 나보다 불행한 사람도 많다. 그들을 보고 위안을 삼으라는 것이 아니다. 한줄기 희망도 행복도 없는 것 같은 당신의 삶이지만, 그마저도 감사하라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슬픔도 불평도 다스릴 수 있다.

말도 못하게 힘든 생활을 하지만 필자보다 1000만 배 강한 어린 소녀의 이야기다.
http://blog.naver.com/uliming/150046828089   <--링크 클릭


 독서가 왜 마음의 양식이라 하겠는가? 이 세상 진리와 깨달음은 모두 책에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소중한 가치는 그 책을 찾아가 읽는 사람만 얻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신은 새를 위해 먹이를 준비해 놓지만, 먹이를 새 둥지까지 넣어 주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시험은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다. 희생자를 필요로 하는 시험이었다. 희생자는 죄가 없다. 수치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심기일전해야 한다. 지독하게 힘들지만 힘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해줄 말은

지난 삶이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해라.

 교직에 대한 당신의 바람이 진짜라면 여기서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신은 교사가 될 사람이고 교장이 될 사람이다. 더 나아가 장학사가 되고 교육장, 교육부장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고작 한 번의 탈락으로 웅크리고 있으면 되겠는가?
 한 번의 실수는 나중에 당신의 업적으로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 천 번의 실패자 에디슨이 한 번의 성공으로 세계최고의 발명가가 되었듯이 말이다. 너무 중간 점수(임고 불합격)에 연연하지 마라. 인생이라는 큰 게임을 두고 생각한다면 별것이 아니다. 인생에서의 비극은 그 게임에서 지는 것이 아니다. 거의 이길 뻔 한 게임을 놓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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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래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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