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험기간 말말말


임고생은 교대생 3년 테크 이후 실습업그레이드로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외모에 대한 꾸밈 기능이 말끔하게 퇴화 해버리고,


학습능력만 남은 좀비 같은 자들을 이르지만,


3년간 특화된 ‘우는 소리’는 패시브 스킬로 임고생이 되어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패시브 스킬 : 항상 자동적으로 발현되는 스킬)



시험 날 아침


긴 젓가락 하나로 머리를 응아모양으로 틀어놓고


진한 다크 서클에 팬더 눈이 되고,


피부는 개기름 3중 코팅,


손에 굳은살이 박힌 그대가 걱정되어


“어제 공부 많이 했어?”


이 말에 조건 반사적으로 “아니, 하나도 못했어.” 라고 말한다.


영어로 말하면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원어민은 물론 교실내의 학생들까지도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피상적인 대화는


이제 그만하기를 권한다.


비록 그대가 안철수씨보다 겸손할지라도....



상대방은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당신에게 “공부 많이 했니?”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을 알 것이다.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뻔한 거짓말로 상대를 놀리지 말자.


최소한 나의 독자들은 이 글을 읽고 반사적으로 “공부 하나도 안했어”라는


뇌도 거치지 않고 입에서 즉시 발설하는 말 대신


다른 성실한 답변을 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번에 내가 만든 앨범을 공개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그런데 사실, “공부 많이 했니?” 이 말을 묻는 사람이 더 유치하기 짝이 없다.




First Album (공부 많이 했니?)


0. intro 너는 많이 했어?


1. 아니, 하나도 못 했어. (title)


2. 어제 일찍 잤어. (with 다크서클)


3. 망했어. (feat. 저리 꺼져)


4. F를 피하는 방법.(feat. 교수님께 보내는 편지)


5. 나올 만한 문제 하나만 찍어줘 (corus. 네가 찍어준 거 하나도 안 나와)


6. 어제 술 마셨어. (with. 미니스톱 참이슬)


7. 아니, 하나도 못 했어.(inst)


special. 장구, 피아노 니가 밉다.



임고생 solo first mini album


1. TO를 부탁해


2. 꼴찌라도 좋으니 제발 합격 좀...



임고생 second mini album(부제, 임용고시 보고나서 결과를 기다리며)


1. 망했어. 나 재수해.


2. 묻지마  ㅅ ㅂ.



곡 해석


4번 곡, F를 피하기 위해서 많은 학우들이 교수님께 편지를 띄운다.

 

시험의 심판대에 서면 정체 불명의 존경이 생기고,

 

지연, 학연, 혈연 등을 총동원하여 애절하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띄우지만

 

이 편지가 학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는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심증만 있을 뿐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했다.

 

 


5번 곡, 시험 직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친구에게 나올만한 문제를 물어보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완전 안 나오는 걸로 검증되었다.

 

 


6번 곡, 시험이 당장 내일 아침인데 해놓은 공부는 없어서

 

로비를 서성이다가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학우와 눈을 마주치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근처 편의점으로 길을 나선다.

 

딱 한잔만 하고 공부하자는 도원의 맹세는 눈물 젓은 새우깡과 소주에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번 다짐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욱 슬퍼진다.




임고생 세컨드 미니앨범(임고를 보고 나서)

 

시험 끝나고 교실을 나설 때 시험점수 예상 출구 조사를 실시하면

 

잘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된다.

 

한국 사람들은 다 겸손한 것일까?

 

헌데 3명이서 고도리를 쳤는데 돈 딴사람 없는 것을 봐서는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글쓴이가 안쓰러워 한 줄씩 써주는 댓글은

변비치료와 임용고시 합격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추천이 목마릅니다.  다음뷰 알라딘 동시 연재 중


Posted by 래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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