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앜' 소리가 절로나는 3월입니다. 

분교에서 삶은 내일의 끼니와 안위를 걱정하는 삶의 전쟁터였다면,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천국이었습니다. 공문이고, 업무고, 그런 것 전혀 없이 순전히 수업만 하면 되는 정말 편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죠.

섬에 있을 때에는 관사와 학교 사이의 거리가 뛰어서 3초, 걸어서 10초, 기어서 1분 거리인지라 저는 출근의 고통을 몰랐습니다. 교사와 기능직 보조로 일하면서 격식 있는 차림의 고통을 잊었습니다. 2년간의 안일했던 학교생활을 몸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가 하루 중 제일 괴롭습니다. 부디 오늘이 주말이길 ㅠㅠ

오늘로써 출근 3일째, 저는 아직까지도 학교에서 인터넷 기사 하나 못 볼 정도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일이 많은 것은 아니고, 다인수 학급, 많은 동료 선생님들, 낯선 식판에서의 급식, 수업 중에 모둠이라는 것을 활용하고, 동학년 회식, 공문쓰기, 업무 추진 등등등!!! 거의 학교 생활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인지라 낯설고 생소하기만 합니다.

매일 집에 와서 ‘뿌웅~’ 이라는 야무진 빵구소리도 낼 힘도 없이 떡실신,

한두시간 일어나서 내일 할 것 조금 생각하다 또 떡실신...

집을 여관삼아 살다가 드디어 3일만에 처음 여유가 생긴 듯합니다.

3년차지만 신규랑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저는 부끄럽기만 합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정말 별거 아닌 것도 겁먹게 만들더군요ㅠㅠ. 다행히도 친절하신 부장샘, 필자를 잘 챙겨주는 대학교 동기샘, 천사 같은 교무샘, 자비로우신 교감샘 덕에 결제 맡으러가는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지만, 매번 물어보고 귀찮게 한다는 것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더군요.




그나마 섬생활에서 습득한 너스레와 설레발이 제가 열심히 하는 것으로 비춰지나 봅니다.


첫 출근을 하기전... 다인수 학급의 규칙, 학기 초에 정해야 할 것 등등을 까페를 돌아다니면서 꼼꼼히 찾아보았습니다. 섬에서는 매일 같이 과외같은 복식학급만 가르치다보니 교수법과 노하우가 절실했습니다. 다행히 ‘라엘리님의 잔소리 매뉴얼’과 ‘영원해요’ 님의 연재물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ㅋㅋㅋ

1년간의 학급운영을 위해 피가 되고 살이 될(?) 여러 가지 잔소리를 하면서

하암... 그래도 나만의 특색있는 학급을 운영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무엇이 있을까 했는데 결국 하나더군요.
 
일기쓰기지도.

첫날부터 일기를 쓰자고 했습니다. 제가 6학년을 맡아서 “애들이 일주일에 3번만 써요.”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더군요. 전 단호하게 매일 쓰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우리 반 30명 모두의 일기에 정성들여 답글을 달아주겠다고!

정말 무모했습니다. 아이들도 믿지 않는 눈치더군요. 예전 선생님들도 처음에만 열심히 했다면서...

또한 저희들 입장에서도 신학기 공문이라던지, 학습환경 조성, 연간 계획세우기 등등 정신없는 3월인데 그래도 그냥 밀어 붙였습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더군요. 다행히도 저희학교는 교담시간이 1주일에 무려 7시간!! 하루에 한 시간정도는 교담시간이 있더군요^^;

막상 해보니 한 장 빼곡하게 채워진 일기도 읽는데 20초도 안걸리더군요. 교담 한 교시 정도 할애하니 30명의 일기장에 정성들여 답글을 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검사를 해보니 답글에 답글을 달더라구요 ㅎㅎ.

전 일기장을 내지 않은 아이들을 혼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깐 어제 못 봤던 일기장이 2~3권이 보이더라구요.^^ 제가 열심히 답글을 다니깐 일기를 쓰지 않는 아이들도 제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참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막상해보니깐 너무 얻는 것이 많더라구요.


일기검사와 답글의 장점

1. 비밀공유 (사람은 비밀을 공유하면서 친해진다죠^^)
2. 교사의 인지도(?)확인
3. 아이의 성향 파악
4. 띄어쓰기, 글씨교정
5. 개인적인 정적강화
   (ex. 어제 선생님 도와주어서 너무 고맙다. 국어 시간 발표 너무 멋졌어!)

6. 가정실태조사서보다 상세한 실생활 파악
7. 비공식적 아이들의 뉴스
8. 공식적 정규적인 소통을 확보.
9. 래포 형성에 매우 긍정적
10. 작화 능력, 자기반성 강화
11. 개별적 과제 or 동기 부여.
12. 고민상담
13. 교사에게 건의사항 전달 기능



 


이것 말고도 장점이 너무 많습니다. 일기 검사를 하니깐 정말 느낀 것이

저에겐 30명의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에겐 단 1명의 선생님이더구요.

저의 짧은 답글 하나, 쉬는 시간 1분의 알까기와 오목이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더라구요.

진짜 제가 뭔데 이렇게 감동해주는지 .... 제가 더 고맙더라구요.

학교 가는 것이 너무 즐겁습니다. (단 아침기상 제외ㅠ )
아이들과 벌써 정이 들려고 하네요. 정말 수학여행 같이 따라가고 싶어요.
하지만 전 어쩌죠... 국방부 주관 2년짜리 수련회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번 아이들은 제 교직생활에서 있어서 가장 미안함 마음을 갖게 될 아이들 같습니다.





추천을 부탁드려요.
추천과 댓글은 필자에게 삶의 활력소가 된답니다.^^
오른 손과 좋아별을 클릭클릭!!


이제는
 하실 때 입니다.
Posted by 래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