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전화한통이 왔다.

“입영 날짜가 나와서 전화 드렸습니다. 2010년 2월 9일, 31사단으로 입영하셔야 합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입영날자였다. 요즘 들어서 필자는 “아 빨리 군대가고 싶다.”라는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마치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 분들이 “내가 빨리 죽어야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입으로는 입대를 연호하고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아... 아직 친구들과 하트비트 탑 쌓기 안무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데 이대로 갈 수 없다는 아쉬움도 매우 컸었다. 하지만 연인사이에도 언젠가는 방구를 터야 할 운명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트리라는 각오로 입대를 결심했다.
 그리고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말썽 피우지 않고 군대에 가는 것이 좋다.’라는 생각을 지닌 개념 있는 교사로 보이기 위해 이 사실을 교감샘에게 털어 놓았다. 

“앜!!! 뭐라고? 안 된다!! 그건 안돼. 난 그 입영 반댈세.”

 성과급도 마다하고 학기 초 트러블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필자의 2월 개념입대가 반려되었다.


필자가 2월 입영이 안 되는 이유 Reason.1

 필자는 지금 2년간의 서해남부 먼 바다에서 해외 생활을 하고 얻은 이동 마일리지로 도시를 지원해서 시티즌으로의 귀환을 꿈꾸고 있었다. 헌데 2월 28일 이전에 입영을 하면 필자의 소속은 아직도 신안군민이라는 것ㅠㅠ. 복귀를 해도 다시 신안군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중간발령으로 오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을 신안군에서 근무하지 않은 자는 지역을 옮길 수 없게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1년 이상을 더 머물러야 하는 참사가 예정된 운명이라는 것.

필자가 2월 입영이 안 되는 이유 Reason.2

 필자의 경우 내신을 내면 99%로 도시에 입성할 수 있다. 헌데 필자의 신안군 복무 기간은 2월 28일까지고, 도시로의 발령은 3월 2일자이다. 만약 2월 중에 군대를 가게 되면 신안군으로 증원이 된다. 헌데 그 증원된 인원이 2월 28일자를 마지막으로 자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도시에 필자가 가야할 자리에는 근무할 사람이 없게 된다. 

 즉, 신안군에는 보충인원이 들어오지만 자리가 없어지게 되고,
도시에는 근무할 인간은 없는데, 자리가 하나 생기게 된다.

 아니, 그럼 신안군에 있는 사람을 도시로 보내면 간단하게 해결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전남 인사규정을 하나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B권역에서 A권역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보통 8년의 시간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 공정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특별인사를 시행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필자가 2월에 군대 가는 것은 배려와 상책이 아니라 재앙이자 참사였다. 무지가 부를 예견된 참사의 심각성을 파악한 필자의 심장은 휘모리장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쓰나미 참사와 같은 2월 입영을 막아야 한다. 긴급사태다.
 
 병무청에 전화를 했다.

필자 : 2월은 안돼요.ㅠ 제발 한 달만 기다려 주시면 안돼나요?ㅠㅠ

상담원 : 고객님은 이미 대학원 준비 중, 초등교사 재직 중 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더 이상의 연기는 돼지 않습니다. 유감입니다.

필자 : ㅠㅠ 안돼요 제발...

신안개펄에 너무 깊이 발을 들여 놓아 이제는 벗어 날 수 없는 것인가?
나는 영원히 신안군민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야 하는 것인가?

 무간지옥의 구렁텅이에서 접영하던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형님이 계셨다. 다음 달 당장 입대일지라도 1년 이상 연기시켜줄 능력을 가지신 이분. 군대 연기의 달인, 탈영 우병만 선생님. 달인님이 말씀하시길 국가고시에 응시하면 그동안은 절대 군대에 끌려가지 않는다 라는 기적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형님 또한 12월 입영이었지만 3월에 입대해야 했기에 필자처럼 똥줄이 타는 상황이었다. 똥꼬 밑까지 바짝 다가온 입영 일을 미루기 위해 형님은 임용고시, 한자시험, 9급 공무원, 학사장교 시험 등등 많은 국가고시에 응시하셨다. 물론 직접 시험장에 간 시험도 있었고, 접수만 한 시험도 있었다.
 또한 형님은 응시경험까지 이야기해 주셨다. 시험장에 가면 그토록 가벼울 수가 없다고 한다. 찌릿찌릿한 긴장감과 위액이 곧 쏟아질 것 같은 초조함이 소용돌이치는 공간에서 해맑고 순수하게 미소 지으면서도 관조적인 입장을 취하며 남의 일처럼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전문가 형님에게 연기해야 될 기간에 맞는 현재 접수중인 국가고시를 점지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형님은 때마침 너에게 안성맞춤인 시험이 하나 있다고 말해주셨다.

 기상직 9급 공무원 시험.

접수날짜 12월 24일,    응시 2월 21일,     시험성적 발표 3월 16일.

날짜가 정말 예술이었다. 마치 나를 위해 치러지는 시험 같았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나를 위한 맞춤형 과목.
9급 기상직 시험과목은 총 5과목이다.

국어, 영어, 한국사, 기상학개론, 일기분석 및 예보법.


 쉴토에 섬을 탈출하기 위해 2년간 갈고 닦던 일기예보 스킬 아니던가... 군연기를 위한 시험인데 알 수 없는 진지함과 자신감의 불꽃이 타올랐다. 삶에서 체득한 일기분석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욕구와 일기예보에서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기 싫고 지기 싫은 부질없는 오기가 생겼다. 앜 뭐지...이 분함과 진지함은 ㅠㅠㅠㅠ 난 교사라구 ㅠ !!!

 어쨌든 24일 아침 9시에 바로 접수해서 병무청에 접수증을 팩스로 보내고 입영일자 연기에 성공 시켰다.   형님 그 자리에서 감사의 뜻을 표현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친구들과 하트비트 탑쌓기 안무를 완성하고 입대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방학 한지 3일 째네요.^^; 엊그제까지 개펄을 뒹굴며 먹은 서걱서걱거리는 뻘 맛이 입가에 맴돌고, 섬에 두고 온 갯강구와 갯지렁이가 벌써부터 그립기도 합니다. 방학과 함께 연재하기로 한 후속작이 늦어지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불꽃같은 집필 열정이 점화가 돼지 않는군요. 게다가 필자가 애지중지하는 노트북이 입원하게 되어서 연재가 더욱 늦어지고 있습니다.ㅠㅠ 그래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가롭게 읽으면서 방학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저는 교단일기 본연에 맞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의 첫 작품은 교대생 시절 일기였습니다. 생활과 경험을 공유하는 독자,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글을 썼기에 약간의 글 솜씨만으로도 독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두 번째 글, 임고생 매뉴얼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지만, 독자는 낯선 독자였습니다. 이것은 제 나름의 도전이었습니다. 과연 나의 글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에 대한 저의 출사표였지요. 헌데 너무 많은 분들이 공감과 격려, 칭찬을 아낌없이 주셔서 제 나름으로는 대만족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3번째 도전입니다. 전혀 모르는 독자, 생소한 소재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걱정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설레이네요. 연재는 1월초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간 건강하시길...

며칠 후면 2차 결과가 나오네요.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겠습니다.

 

재미있어요. 다음 글이 기대되요. 라는 분은 위에 추천을...
아니다. 2PM이 좋다. 라는 분들은 아래 추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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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래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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