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섬탐험을 연재하면서 어제는 정말로 복에 겨운 날이 아니었나 싶네요. 다음 메인 화면에 24시간 이상 노출되면서 3만 명 이상의 분들이 다녀가시고, ‘섬마을 선생님’ 탭이라는 것이 생겨서 저의 글들이 장식을 하였네요. 노래나 드라마에서나 접해 볼 애달픈 섬마을 선생님이 저라는 것이 실감이 되는 하루였습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시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합니다. 남은 음식과 칭찬은 사양하지 않는지라 감사히 받겠습니다. 사실 모든 댓글에다가 답글을 달아 드려야 마땅하겠으나 이렇게 한소절의 글로 대신하겠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지은 제목이 ‘섬생활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었는데
상당수의 분들이 ‘성(性)생활이 나에게 미치게(?)하는 영향’으로 오해하시고 들어오셨답니다. 아... 저도 매우 관심이 가는 분야지만 겪어보지 못한 생활인지라 낚이신 분들 만큼이나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ㅠ


 

어느새 2월. 저는 개학을 해서 섬에 돌아왔습니다.


관사 문을 열자마자 한동안 사람의 손길을 못 받았던 세간 살림들이 몰려들어와 그간 부재에 대한 서운함을 알리더군요. 수도꼭지를 트니 흙탕물만 나오고, LPG가스는 나오질 않네요. Sky Life 안테나는 하늘(sky)의 생활(Life)을 동경했으나 실패를 했는지 지붕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일시정지 되었던 삶의 중력이 3배 4배로 늘어나 한꺼번에 몰려오는 순간이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면, 혼자였다면, 힘겨울 일이지만
종종 있는 일이었기에 옆에 형과 주사님이 있기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어 심통이 나있는 살림살이들을 대수롭지 않게 달래주었다.

 
남아있는 흙탕물을 다 쏟아내서 새로 물을 받고, LPG가스통을 30분 동안 흔들고(부탄가스 흔들어주는 원리랑 같다고 보면 된다.) 티비는 그냥 포기....

  
길지도 짧지도 않은 2년의 섬생활, 다행히 얻어 가는 것이 많아서 값진 추억들이다.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로 오고, 멈췄던 삶의 태엽바퀴는 하나하나 예전의 자리를 잡아가며 서서히 돌아간다.




 

오늘은 졸업하는 아이의 생활부를 열어보면서 생각난 ‘황당한 군민대회 독후감 상장과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저희 아이들은 소인수 학급 특성상 선생님과 상호작용할 시간이 많아 학습에 관해 우수한 성취를 이룰 수 있으나, 동시에 또래 교사라든지, 협동학습, 모델링, 사회성 등 사회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여러 가지 소중한 배움의 기회도 잃고 있다.

대신 다른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서 각종 캠프나 체험학습에 참여시키고, 미술대회, 글짓기, 편지쓰기 대회에 참여했었다. 그와 중에 상업적인 대회도 있었고, 정말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분교장샘(나물샘)은 미술과 음악에 소질이 있으셔서, 미술대회에 아이들을 출전시켜 상도 타고, 합창UCC 대회도 출전하기도 했다. 비루한 필자도 그 영향을 받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은 공평하게도 필자에게 라면 잘 끓이기와 글쓰기 재주를 주셨다.

 

이리하며 군민독후감대회에 아이들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군단위 대회이기 때문에 상 받을 확률이 높고, 상업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상품이 최우수상 50만원, 우수상 30만원, 입상 10만원이어서 손쉽게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깨알 같은 독후감 쓰기 지도를 하여 고학년 4명을 시켜 독후감을 쓰게 하였다. 그날 밤 학교 뒤편 할머니 댁의 노래방 풀엠프에 리듬을 맞추며 아이들이 쓴 독후감을 퇴고하던 중 ‘나도 이번 기회에 참가하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고생 매뉴얼을 연재하기 전에는 종종 책을 읽고 감상평을 몇 자 적어 놓은 것도 있고, 이미 나는 마을 청년회에서 인정한 군민이지 않는가?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선정하여 독후감을 쓰려는데, 마치 한 번도 안 읽은 것처럼 내용과 감동이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는 자세는 쪼그려 앉아 엄지 발꾸락으로 양쪽 책을 고정시킨 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세는 힘들다는 것...! 이내 다시 뜅굴뜅굴 구르면서 책을 읽었다. 역시 재밌는 책이라 기나긴 밤이지만 시간이 가는 것이 아까웠다.


아무튼 책은 다 읽었는데 막상 독후감을 쓸려고 하니 써지지가 않았다 _-_-_-_;;;;;;
한참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어린이처럼 한글이 낯설고 어려워졌다.
매일 웃기는 이야기나 엉뚱한 글만 쓰다가 점잖고 제도권적인 규범적 글을 쓸려고 하니 머리가 멍해졌다.



가까스로 독후감을 워드로 작성해서 원고지에 자필로 옮겨 쓰는데, 손가락이 도마뱀 꼬리처럼 떨어져 나갈 것 같고, 목에 깁스를 한 것 같았다. 게다가 글씨체는 아메바체, 글자 포인트는 9~12 혼용, 필자 같은 악필러에게는 자필은 역시 무리ㅠㅠ.


필자 내부에서 기인한 고비와 역경을 넘어 아이들의 독후감과 필자의 독후감을 완성시켜 응모를 하게 되었다.


 

  3달 후




어느 늦은 오후 5시, 아이들은 퇴근하고 해가 뉘역뉘역 질 무렵, 나는 교실에 홀로 남아 핸드폰 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케릭의 사망음보다 더 듣기 싫은 학교 전화벨이 울렸다.
 
“퇴근10번하고도 남을 시간에 교양 없이 전화하는 사람은 누구야- -+”
 
불평을 토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앜!!!!!!!!!!!!!! Olleh!!!



 

3달 전에 쓴 군민독후감 대회에서 입상 했다는 전화였다. 그리고 내 독후감이 도대회까지 나가게 된 다는 것이다. 헌데 여기서 약간 문제가 생겼다. 내가 원고지 앞장에다가 당당하게 내 이름과 소속명을 썼는데,
 
님 이러시면 곤란하다는 말씀.
 
심사위원이 평가할 때에는 이름과 소속은 철저히 배제한 다음에야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말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 용감하게 독후감을 냈지만, 무식해서 손발이 고생 ㅠㅠ. 다행하게도 내 컴퓨터에 독후감 원고를 저장해 놓아서 이름과 소속을 제거한 앞장을 다시 써서 우편 속달로 보냈다.

 
아아~~ 기분 좋다 


 
헌데 부상으로 10만원 상당의 상장과 상품이 주어진다는데,


이거 혹시 상장이 9만원, 상품이 1만원짜리는 아닌지 조금 걱정된다.

 

 


그리고 보름 후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 손잡고 도착했다.

 
기쁜 소식부터 말하자면, 군민독후감대회에서 나만 상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 반 아이 2명이나 같이 상장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한명은 우수상까지 받았다. 나의 글쓰기 지도 능력이 빛을 발휘한 걸까? 그것보다는 애들이 잘 쓴 것이다. 어쨌든 너무 기쁜 일이다.
 
 
나쁜 일은 나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이다.
 
입상 - 상장과 10만원 상당의 상품.
 
우수상 - 상장과 30만원 상당의 상품이
 
9만원 짜리 상장과 1만원짜리 상품으로 오지 않았다.

 

 

 
아예 이번 대회는 상품이 생략 되었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공문에 써진 상품의 대한 약속은 정치가들의 공약처럼 당선후에는 가벼운 선택사항처럼 돼버렸다. 결국 약간의 성의를 들여 쓴 독후감은 아이들과 나를 희망과 기대에 부풀게 했지만, 저 파다의 물거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번 상품이 없어진 이유는 2010년 선거를 위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씀.

결국 10만원 짜리 상장 두 개와 30만원짜리 상장 하나가 학교로 도착했다. 그리고 도 대회에 나간 내 독후감이 지금껏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분쇄기에서 운명을 달리 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독후감 잘 쓰는 법을 필요할지 모를 독자를 위해 필자가 만든 2개의 문서를 공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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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실 때 입니다.

Posted by 래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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