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직 선생님도 없고, 정말 외롭게 혼자서 근무하시는 섬마을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1박 2일에서 방영된 가거도 만큼이나 멀고, 훨씬 더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일하는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이 형님이 말씀하시면, 장내의 일동들이 은연중에 고개를 떨구고 측은한 마음에 슬픔(?)을 참을 수 없었는지 어께는 들썩들썩, 입은 손으로 틀어막고 흐느끼기만 할 뿐입니다. 아마 제 글을 읽는 여러분의 심정과 대동소이 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진짜 더럽게 불쌍하고 웃깁니다. 심지어 저 같은 오지 섬마을 선생님이 느끼기에도 말이죠.
일단 그 섬에 다니는 배는 하루 한번, 배로 3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전교생 2명, 전교직원 단 1명.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2년을 사신 선생님. 그분의 주옥같은 말씀은 많지만, 이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형 다음으로 무서운 형벌이 독방신세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한 마디를 깨닫기 위해 너무 많은 고생을 하신 선생님께 고개가 절로 숙여지네요. 그분의 넋을 기리면서 그분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뭐 오지 섬생활이면 기본적으로 단수(斷水), 단전(斷電) 이런 것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헤프닝인데, 다만 이것을 혼자서 극복해야 내야 된다는 것이 크나큰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슬픔이야 제가 이전에 올린 글만으로도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하리라 생각하고 다른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1. 태극기 사건
귀신도 멀어서 못 오는 섬에 교육장님이 방문하시는 날이 있었다. 그렇다면 학교 미관도 중요하겠지만, 태극기 게양도 아주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보통 학교라면 기능직 선생님께서 알아서 다 해주실 텐데, 이곳은 오직 그 선생님 단 한분만이 근무하신다. 즉, 혼자서 처리를 해야 했다. 헌데 아주 옛날에 지은 학교들은 대부분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다. 헌데 국기게양대는 옥상에 있다. 그래서 사다리를 이용해서 옥상을 올라야 하는데, 나무 사다리 밖에 없더라... 나무사다리를 사용하려면, 밑에서 누군가가 한명이 잡아줘야 한다. 만약에 사다리가 뒤로 밀려 미끄덩 쓰러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아아....
하지만 목숨걸고 사다리를 탔다는 형님의 뒷모습에서 외줄타기 장인의 혼이 보였다.
2. 잡초 제거
저희 학교 화단은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덕에 잡초는 둘째 치고 애써 심어놓은 꽃마저도 맥을 못 추고 죽어나갑니다. 헌데 그 형님의 섬상황은 그렇지 못 한가 봅니다. 운동장에 하루가 다르게 잡초가 무성히 자라난다고 합니다. 길이도 무릎이상으로 밀림의 왕자 레오만 없을 뿐이지 세렝게티 그 자체라고 하네요.
그런데 한번은 이놈의 잡초들을 죽이기 위해 제초하는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고 합니다. 헌데 슈퍼도 없는 마당에 제초제를 쉽게 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눈에 뜨이는 것이 바로 친환경 제초법 '소금물로 잡초죽이기' 였습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
풀들의 증산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이때 소금물을 뿌리면 삼투압의 원리 때문에 잡초들이 소금물을 흡수하여 결국에 말라 죽는 그런 방법이 었습니다.
올커니~ 하며,
Project 명 : 김장댁 배추아가씨가 숨이 죽은 이유
를 실행하였다.
아낌없이 소금과 정성을 듬뿍 담아 소금물을 만들어 여자친구 손톱에 매니큐어 바르듯이 붓으로 풀잎에 소금물을 한땀한땀 정성스레 발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하지만 여전히 잡초들은 무성하였다고 합니다.
헌데 -.-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기는 섬!!!
여기의 풀들은 언제나 소금이 넘쳐나는 바람을 맞고 자라기에
소금에는 면역이 되어있는 풀이었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목마른 풀들에게 독약이 아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생명수를 주신 것이었습니다.
오늘따라 06학번 후배들이 네이트 온에 많이 보이네요. 내일 합격자 발표 정말 좋은 소식 있길 빌겠습니다.
다음 차시는 혼자사는 섬마을 선생님 2탄 입니다.
추천은 필자를 춤추게 합니다.
손꾸락과 좋아 별을 나긋하고 단호하게 각각 한번씩 눌러주세요^^
'방과후 섬탐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렁각시? 몽유병? 강도? (8) | 2010.01.30 |
---|---|
아이티 진흙빵 때문에 생긴 일 (0) | 2010.01.28 |
능숙한 경력교사 (3) | 2010.01.24 |
나물 캐는 섬마을 총각선생님 (나물별곡) (13) | 2010.01.21 |
진절나게 추운 겨울 (10) | 2010.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