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섬탐험

섬생활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래뽀 2010. 2. 1. 00:27


부모님과 1박2일 흑산도 편을 보았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1박2일 광팬이십니다. 특히 MC몽이 구구단 할 때면 거의 떡실신 상태에서 웃곤 하시죠. 그러면서 매번 외치십니다.

 "아들아, 너가 좀 저 모자란 것들 좀 가르쳐라. 아휴 저 모자란 것들 ~."

그 때마다 저는 한마디 합니다.

"MC몽이 똑똑해지면 아무도 1박2일 안본다구요.“

“헉... 그렇지....역시 우리 아들 천재-_-;;ㅋ”

매번 재미있게 챙겨보다가 흑산도 편을 보면서 제가 홍어는 어쩌고, 우럭은 어쩌고, 이렇게 먹어야 맛있고, 저렇게 잡아야 된다고 말씀을 드리자...



“너는 섬에서 애들 안 가르치고, 배타냐?”


라고 말씀하셨다.

헉... 순간 나도 나의 정체성에 소름이 돋았다. 어부? 주사? 교사?

 


오늘은 이야기는 섬생활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따르릉~


학교로 전화가 온다. 주사님이다. 밑에서 우럭을 잡았으니 같이 먹자는 이야기다.
킁... 이제는 전혀 반갑지 않는 소리가 되었다.

 
이 섬에 처음 왔을 때를 회상해 본다. 급식으로 앙증맞은 조기가 나왔을 때 행여나 살점하나 놓칠까봐 샅샅이 뒤져 젓가락으로 집어내 입속으로 조심스레 인도했다.

 

또한 회, 전복, 성게 알 등 귀한 음식(이런 건 급식으로 안나옴ㅎㅎ 가끔씩 맛 볼 기회 있음)이 입안에 넘어 올 때마다 전에 겪어보지 못한 신선함과 고급스러움이 나의 육신을 몸서리치게 했다.

 

하지만 전복을 줘도.. 요즘은 끙..  너무 짜고 느끼행 ㅠ_ㅠ
 그 느글거리는 내장, 손바닥만한 그것을 입속에 넣었을 때의 미식거림은 우엑 ㅠ
그 맛이 궁금하다면 미원 한 숟가락을 한입 털어 넣으면 된다.

 


우럭회, 처음에는 이게 엄청 귀한건 줄 알았다. 사실 귀하긴 하다. 횟집에서 한 접시에 7만원이니... 헌데 우럭은 우리 섬 어디에도 잡히는 흔한 어종이고, 물때만 맞으면 필자같은 초보자도 한 시간에 한 박스씩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홍어배 선장님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우럭은 잡어다!

우럭이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질린다는 것.
물론 우리 학교 아이들도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 우럭매운탕이다.
왜냐구요? 매일 먹으니까요...

“와... 비싼 우럭 먹으면서 아주 호강에 겨워 배부른 소리하고 있구나”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필자는 이 한마디만 해드리고 싶다.



바나나 무한 리필을 먹으려고, 빕스 가지는 않자나요^^.

 


우럭 좋아하시면, 섬으로 오세요^^.


 


저희 섬의 생업은 멸치잡이와 전복양식이다. 하지만 부업으로 홍합을 캐기도 한다. 물론 홍합은 키우는 건 아니고, 홍합 씨가 저절로 양식장이나 돌에 붙어서 무럭무럭 자란다.

그런데 그 싸이즈도  일반 홍합의 5~10배 정도의 크기... 거의 손바닥만 하다.



[고무장갑이 어울리는 필자]

 
크기가 워낙 커서인지 자기껍질에 다시마도 키우고, 따개비도 키운다. 요즘 들어서 아파트 옥상 공간을 활용하는데, 홍합은 이미 껍데기 바깥 공간도 인테리어 하는 지혜를 가졌던 것이다. 홍합의 바깥 공간 활용 덕분에 삶아 먹으려면, 껍질에 붙어있는 잡다한 이물질들을 벗겨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거친 파도에도 떨어지지 않던 그 징헌~(?) 이물질들을 끙끙 앓으면서 벗겨내는 인고의 시간 끝에 삶아 먹었는데...


아 맛이.... 전복보다 짜고 느끼해!!!!

정말 최악이었다. 엄청나게 느끼한데, 김치랑 곁들여 먹으려고 해도 너무 짜서 곤란한 진퇴양난의 맛이었다. 물론 나의 부족한 상식에서 초래한 참사였다. 그렇게 많고 큰 홍합을 삶는데, 물의 양이 너무 조금이었다.


그렇게 점심을 홍합으로 때우고 나서는 3년간 다시는 홍합이 먹고 싶지 않았다. 헌데... 그날 밤 주사님이 기분이 좋으셨던지 자기 집에서 술 한잔 하자고 하셨다. 헌데 술안주로 기가 막히게 잘 끓인 된장국이 있다고 내어 오시는데, 홍합된장국이었다. 홍합 건더기가 1/3 ㅠㅠ 그거 먹다가 거의 반 혼수상태...


홍합의 느끼함에 경기를 일으키며 잠자리에 들었고, 다시는 내 입에 홍합을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다음날 급식.... 홍합 비빔밥과 조우하게 되었다. 반찬이면 안 먹어도 되는데...
비빔밥이라니 ㅠㅠ 정말 지옥 같았다. 그리고 필자는 그 이후로 홍합을 절대 먹지 않는다.

 
 

회 뜰 때 생선 살점 떨어지는 것은 안 아까워도

과일 깎을 때 과일 살점 떨어지는 것에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

이상한 나라의 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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