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경력교사
언제나 기대했던 것보다 반도 안되는 글솜씨와 중구난방식 주제로 찾아뵙지만, 매번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애독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의 글을 시작합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필자도 2년 정도의 교직경력으로 이제는 일 잘한다는 소리 좀 듣는다.
Step1. (빠밤..ㅋ) 마을 공동샘에서 물퍼올리기
섬에 있으면서 三水難을 겪었다.
상수.
하수.
그리고 눅눅한 습기.
올해는 꼭 하늘이 변비 걸린것 마냥....
툴툴~ 방귀나 뀌어데고 정작 원하는 것이 안나오는 것처럼
오질라게 바람만 불고 정작 비가 안온다. ㅠㅠ
그래서 항상 물이 부족.. 헉헉
그리고 하수... 물이 잘 안 빠진다. ㅠㅠ
이빨만 닦아도 화장실에 물난리가.. ㅇㅂㅇㅂㅇㅂ
그리고 습기... 이놈의 습기
우리섬은 6월 정도가 되면 온세상이 안개로 뒤덮여서 '내가 지금 목욕탕에 들어 온건 아닌지?'라는 착각이 든다. 헌데 지독한 것은 한달 내내 이렇다는 것 ㅠㅠ. 이러니 나의 폐는 퉁퉁 불은 라면면발처럼 변하는 것 같고, 숨쉬기가 막막(?)해진다.
또한 자고 일어나면 이부자리 밑에 물이 흥건하다. 물론 25살이면 한창 술먹고 이부자리에 실수를 할 수 있는 나이지만, 그런것이 아니라 이불과 장판사이에 이슬이 송이송이 맺혀있다. ㅠ 지하에 수맥이 흘러 장판을 뚫고 물이 올라온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관경이지만, 정말 습기가 어마어마해서 이슬이 맺히는 것이다. 그래서 옷걸이에 옷만 걸어놨을 뿐인데도 어느새 곰팡이 투성이다. 특히 가죽제품들은 말을 하지마세요 ㅠㅠ 결국 섬에 와서 곰팡이님과도 일촌을 맺었다.
어쨌든 우리 학교는 학교와 관사에서 같은 물통을 사용하는지라 관사에 물 떨어지는 순간 학교도 단수가 된다. 그럼 종종 이런 참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애들이 안색이 안좋아지면서 선생님을 애절하게 부른다. 배에서 용솟음치며 끓어 오르는 어떤 것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나는 이것을 배출하지 않고 소유했을 때의 고통을 잘 알고 있지만, 최대한 배출을 유보해주길 강권한다. 그리고 여력이 있다면 집에 가서 배출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 있을 시간에 우리반 한 아이가 빛의 속도로 집에 가길래. 주사님이 어디가냐고 물어보았다.
우리반 아이는 날카로운 쇳소리로 딱 한 단어를 말했다.
화장실!
눈물겨운 삶에서 벗어나고자 물을 스카웃하기로 결심했다.
보통 우리 섬은 20일 급수를 하지만, 마을 공통 샘골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그나마 물을 융통할 수 있다. 처음에는 쭈삣쭈삣 주사님과 함께가서 물퍼오곤 했었는데 이것도 자주하다보니 내성이 생겨 지금은 혼자서도 척척...
이제는 학교에 물떨어지면 나를 먼저 찾는다. -.-;;;
step2. 물탱크청소하기
요즘 나한테 일잘한다고 칭찬하시는 주사님... "물탱크 청소를 해야것는디~" 하면서
넌지시 나한테 말을 건내는데...
"아 내가 요즘 배가 나와서 물탱크 안에 못들어가."
"일잘하는 네(필자)가 하면 잘 할건디.."
...
제가 합죠.
물탱크 청소 순서는 간단합니다.
먼저, 물통에 물을 뺍니다.
하지만 밑바닥에 있는 물은 빠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그걸 쓰레받이로 싹다 퍼네고
물통에 남아있는 흙을 수건으로 깨끗이 닦에 내면 끝.
참... 별 것을 다해본다. 학교 물탱크 청소해 본 사람 제보받습니다. ㅋㅋㅋ
step3. 리어카 및 손수레 운전하기
리어카와 손수레 운반의 제 맛은 역시 급경사.
따르릉~ 전화가 와서 선창에 물건 도착했다고 내려오라고 하는 날이면 아놔... ㅠ
2년 간 살면서 리어카로 못 옮기는게 없다는걸 깨달았다.
컴퓨터, 티비,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책상, lpg가스통, 드럼통, 복사기, 사물함,
캐비넷, 책장, 교사용 책상, 걸상, A4용지 10박스 등등
후아 써놓고 보니 이사짐 센터보다 못하진 않는다.
손수레 포장이사의 달인 -.- ㅋㅋㅋ
step4. 배 운전하기
전국을 통틀어도 나처럼 배를 자주타는 교사도 없을듯...
우리섬은 정규적으로 다니는 배가 없다. 항상 학부모님 배(어선)을 얻어타고 다닌다. 그래서 미안함과 불편함은 언제나 배에 동승하게 된다. 개인배를 가지고 싶어하는 욕심도...
집에 갈 때마다 배를 타다보니 가끔식 운전할 기회가 생긴다.
거창한 배는 아니고 작은 배에 모터가 달린 이런 배다.
[출처 : 네이버 검색]
배는 기본적으로 바다 위에 떠서 가기 때문에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그 방향으로 떠내려 가는데, 물론 움직여도 해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똑바로 간다고 가도 둥둥 옆으로 밀려나가면서 직진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절을 자꾸 해주어야 하는데,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으로 돌리면 된다. 즉 반대라는 말씀.
이 밖에 가속 및 후진, 정박(주차) 여러가지 팁이 있겠지만, 독자분들이 어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더 이상의 설명은 무의미 할 것으로 보여 생략한다.
step5. 정화조 청소하기
이건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
한번만 더하자고 하면 혀를 끌끌차며 굉장히 섭섭해 할 것이다.
앞에서 삼수난에 시달린다고 했다시피...
물이 안내려가서 정화조 청소를 하게 되었다.
아흑... 정화조 속에는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이 하수관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것들이 세상의 빛을 볼 때 나오는 그 향기,
그 향기를 맡는 순간!
묵언 수행하던 스님도 목탁을 내동댕이 치고 욕지기가 안터질수가 없다.
아 그 향기와 걸쭉함... 정말 끔찍하다.
Step 6. 삽질하기
군대도 아닌데 무슨 삽질...?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일기예보능력과 함께 자생적으로 생기는 스킬 중 하나이다. 필자는 관사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고마우신 학부모님들은 종종 싱싱한 해산물이나 음식을 가져다 주시곤 한다. 헌데 모두 자취를 해봐서 알겠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약간 비릿한 음식물들은 나의 위장 속도 구경 못 해보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대낮에는 할 수 없다. 기껏 신경써서 줬더니 거름주고 앉아있는 개념없는 행동에 대한 거친 입담을 감수하기에는 아직 나의 심장은 여리다. 그렇기에 한손에 후레쉬, 다른 한손에는 삽을 들고 야간에 공터에서 어슬렁 거린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재빠르게 삽질을 시작한다. 오늘의 음식물을 담을 수 있는 적당한 양의 그릇 구덩이를 만들어 그곳에 물고기와 갖은 야채와 기호에 맞는 양념을 버무려(?) 얼큰하게 땅에 묻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깐 일 잘한다는 소리....
주사님하고 마을사람들한테만 듣는 것 같다.
나의 교사로서의 전문성은 !?
씁쓸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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