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섬탐험

섬마을 신교사의 뇌구조

래뽀 2010. 1. 11. 21:59

 본격적인 섬탐험에 앞서 가이드라인을 그리고자 가이드인 저의 뇌구조를 소개합니다. 제 글의 골수 팬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으나 예전의 주제로 한 번 더 글을 써봤네요. 그때는 한 달 살고 나서 쓴 글이고, 이번 글은 2년 살고 쓴 글입니다. 어떤 심리변화가 찾아 왔는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ㅋㅋ

※ 제가 사는 섬은 마을주민 50여 명, 구멍가게 하나조차 없는 오지임을 알려드립니다.




1. 쉴토에 파도에 대한 불안감

 이것은 한 달 살든 2년을 살든 섬에 있는 동안은 고질적인 고민입니다. 이 고민의 원인은  미약한 인간의 능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대자연의 현상이지만, 자꾸 예측하려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인터넷 홈은 기상청으로 되어 있구요. 하루의 일과를 서해남부 먼바다 해상예보를 보고 시작합니다. 이것도 모자라서 날씨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새 오감으로 느끼며 날씨를 가늠할 수 있게 진화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기상청보다 빠른(?) 실시간 예보를 하곤 합니다.


2. 개인 배에 대한 욕심

당신이 자가용을 가지고 싶은 마음과 같다고 보면 오해가 없으실 겁니다.
참고로 저희 아이들은 자기 집 배 자랑을 합니다.


3. 경치에 대한 아름다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서 살고 있지만, 저의 눈은 초점이 없고 흐리멍텅합니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 배를 타고는 연신 감탄사를 내질렀고, 사진기를 들고 갈매기 똥꼬도 찍고, 풀 한포기, 파도 한줌도 찍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넘쳐나는 산소 속에서 살고 있으면 산소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듯이 기괴한 경치도 그저 전봇대에 붙어있는 전단지 보듯이 살고 있습니다.


4. 벌레에 대한 두려움

 처음에 15cm가량의 지네를 보고 얼마나 식겁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1cm가량 열린 창문으로 모기 200마리가 방안에 있는 걸 보고 주저앉았습니다. 게다가 쌀가마니는 개미집이 되고, 나방은 제 얼굴을 덮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생활이 되니, 저의 벌레에 대한 공포는 매운 고추에 혀의 감각이 마비되듯이 점점 무뎌져 갔습니다. 그리고 그냥 동거생물 혹은 펫 정도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5. 걸그룹 & 초코파이 ♡

 섬 생활로 인해 저의 취향은 군인이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단것이 먹고 싶은지... 그리고 가창력보다는 흥과 비쥬얼에 눈이 가더라구요. 2010년도 걸그룹 파이팅ㅋ


6. 외롭다.

 육지에 두고 온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 그들과 만나려고 해도 빠르면 2주에 한번, 혹은 쉴토의 파도 덕에 기약 없이 떠나 있게 됩니다. 으으 섬의 가혹한 환경은 필자에게 이러한 극단적인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섬은 있던 애인은 물론이거니와 결혼한 부인도 떠나가게 만든다. 자녀가 3명이상 되지 않는다면, 혼자서 섬에 들어오는 걸 재고해 보시길 권합니다. 왜 3명이냐구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그냥 우화가 아닙니다. 과학이고 조상들의 지혜입니다. 그리고 애인도 없이 섬에 내신 쓰신 분들... 애인포기각서에 서명하신 겁니다. 허풍이냐구요? BBQ치킨 쿠폰 9개 걸겠습니다.


7. 자연숭배

 이제껏 배웠던 지구과학적 지식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고, 절대적 존재에 의존하고 싶어집니다. 도시에서 5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폭풍과 천둥번개를 여기서는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그 위력도 10배정도 된다고 보면 됩니다. 전 사이오닉스톰이 게임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현실에도 있더군요. 눈을 감아도 파고드는 그 불빛...; 언제 한번 천지스톰 함께 하실래요^^? 바람은 잘만 타면 중국까지 갈 기세...


8. 삶의 질보다 우선 생존 

 방과 후, 보통선생님들은 여가생활과 휴식을 생각하고 게시겠지만, 저는 방과 후부터 밀려오는 삶의 중력에 현기증이 납니다. 여기서는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물 부족, 보일러기름 공수(본도에서 드럼통에 가득 넣어 리어카에 실어 와서 일일이 짜서 기름보일러에 넣어야 함),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 고장, 슈퍼조차 없어서 들어올 때 가져온 반찬이 식량의 전부... 행여나 못나가는 날에는 당장에 끼니를 걱정해야 됩니다. 그리고 아파서도 안 됩니다. 병원도 약도 없으니까요.

다음 차시에서는 섬에서 겪은 특별한 경험에 대해서 블로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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