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이리버스토리 보다 좋은 10가지 이유.
책, 아이리버스토리 보다 좋은 10가지 이유.
책이 아이리버스토리보다 좋은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 필자의 작은 기계사랑에 대해서 먼저 언급해 본다. 한때 필자는 얼리어답터였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보통사람들보다 조금 더 작은 기계장치를 사랑했다.
필자의 기계장치 사랑은 국민학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풋풋했던 나의 첫사랑은 다마고치.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4~5개를 가지고 있었다. 외계인, 개, 돼지, 곰, 아기 등 온갖 가축들이 화면에서 알랑거리면서 싸질러 놓은 자신의 똥에 병 걸려 울고 있는 것에 주사 놔주고 똥치우고 밥을 먹여 주었다. 그래도 그때는 참 행복했었다. 헌데 이 당시 지식인들과 언론들은 다마고치가 초등학생들에게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만들 수 있다고 9시 뉴스에 나와 호들갑을 떨었다.
헌데 지금 온라인 게임을 생각한다면, 다마고치는 매우 건전한 교육용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짐승들이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키우는 데에는 밥과 예방주사, 똥수발 등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줬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많던 내 다마고치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드래곤 볼처럼 뿔뿔히 흩어져 버려서 이제는 찾으려야 찾을 수 가 없다.
그리고 그 국딩은 어느새 세월이 흘러 여드름에 뒤덮인 중딩이 되어 있었다. 중딩이라고 하면 한창 동네 놀이터에서 흙 파먹고 다닐 때 아니던가?! 그 시절, 나에게 음악이란 교과서 노래랑 만화주제가 밖에 없었다. 헌데 이때 처음으로 대중가요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 ses냐? 핑클이냐? 라는 지금까지도 풀 수 없는 난제로 수없이 많은 날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에 앞서 그녀들을 사랑하려면, 웍후맨이라는 장치가 필요했다. 라디오로 듣는 것은 그녀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언제든지 주머니 속에 넣어 수시로 들어야지만 그녀들을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반드시 그랬어야 했다. 그래서 ses냐 핑클이냐 보다 웍후맨이냐 라디오냐의 문제가 우선되었다. 나는 반드시 웍후맨을 얻어야할 당위성이 생겼고 그 후, 수능을 앞둔 어머니가 물 떠놓고 백일 정성을 들이듯이 엄마 앞에서 워크맨 사달라고 염불을 외고 불공과 정성을 들였다. 그리고 100일까지 딱 1주일 남은 시점에서 나는 웤후맨을 하사받았다. 지금의 피엠피 만큼의 덩치에 보조 밧데리를 옆구리에 낀 듬직한 녀석이었다. 달칵달칵, 휘리릭 되감기를 하는 소리마저도 날렵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나의 웍후맨은 이손저손 옮겨 다녀야 했고, 그렇게 하루하루 최후의 날은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누른 녹음 버튼은 시한부 환자에게 놓는 극약주사처럼 나의 웍후맨을 저세상으로 보내 버렸다. 내 사랑 웍후맨은 어린 가슴에 못을 박고, 되살릴 수도 없이 그렇게 다락방 구석탱이를 묘자리 삼아 먼지를 덮고 아련한 나의 추억의 뒤켠으로 사라져 갔다.
어리석은 중딩은 나이만 먹고 고딩이 되었다.
아니 세상에나...!! 워크맨 리모컨만 한 것에서 모든 가수의 최신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거슨....!!
엠피삼이라는 신문명의 혁신기계장치였다. 그리고 친구님의 엠피3을 떨리는 두 손으로 받아 처음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천지가 개벽하고 갈라진 구름사이로 눈부신 빛과 함께 천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음악이 나의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음악을 만지고, 음악의 향을 맡고, 음악의 선율이 보았다. 천사가 직접 내 귀에 대고 노래를 속삭였다. 킁....ㅋㅋㅋㅋ뭐.. 요즘은 막귀가 되어서 가사만 들리면 되지만, 그때는 막 새로 만들어진 귀에 난생 처음 소리라는 것을 듣는 것처럼 특별했다.
가슴속에는 오직 엠피삼을 향한 거친 불꽃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반드시 사야했다. 나의 히든 자금을 살폈다. 부모님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구매 가능한 액수였다. 나는 즉시 부모님께 엠피삼을 사야하는 101가지 이유를 말했다. 헌데 내가 지금 지원금을 빼내려하는 분들이 누구인가...? 바로 나를 낳아주신 분들... 나보다 한 수 위면 한 수 위지 아래는 아니었다. 결국 나의 한 달 용돈과 성적향상을 담보로 자금을 내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인터넷 쇼핑이라는 것을 했고, 엠피삼이 도착할 때까지 2박 3일을 설렘과 혹시 사기당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으로 지새웠다. 그리고 나는 MP3를 얻었고, 신식문명의 신인류가 되었다.
이 당시 나의 MP3의 기종은?
그때 당시 만해도 아이리버는 CDP가 주력이었고, 삼성, LG따위는 아직 엠피삼 시장에 뛰어 들지 않은 상태였다. 디지털 큐브, 거원, MPIO의 중소기업 삼파전의 시대였다. 그리고 나는 MPIO를 선택했다. 이유는 AA건전지가 사용됐었고, 그때 당시에는 파격적인 3라인 디스플레이가 가능한 기종이었다.
지금도 엠피쓰리로 즐겨 들었던 노래들이 귓가에 선명하다.
인디고-여름아 부탁해(아이고~), 체리필터-낭만고양이, SES-달리기, 보아-No1은 아직도 生生,
헌데 꺼지지 않을 것 같던 엠피삼을 향한 나의 애정은 어느새 겨울철 기름을 아끼는 우리 집 거실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 이유는 그때 당시 엠피쓰리는 고용량이라고 해봤자 기껏 256MB 정도? 그리고 너무 초고가라서 살 수가 없었음... 그런데 엠피삼 시디피는 시디를 바꿔가면서 수많은 노래를 들을 수가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나 같은 하이클래스 리스너는 MP3 CDP가 아니면 안돼!.”
때마침 그런 마음을 가졌을 때, 아이리버 슬림x 550님이 출시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얇다는 시디피 초경박형, 보는 순간 이미 나는 슬림 x550의 슬래이브.
그리고 다시 한 번 잔고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보조금 지원 차원에서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전액 지급 혜택을 얻지 못한다면 나는 다시는 하이클래스 리스너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황급히 무슨 핑계를 댈까 고민했고, 그리고 엄마 앞에 가서 CDP 이어폰을 귀에 꼽기만 했는데 성적이 올랐다는 짝궁 정수의 핑계를 댔다.
CDP를 포기하는 것은 학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헌데 어머니는 말없이 나의 방문을 지그시 열었다. 그곳에는 학기 초에 학습지 외판원에 낚여서 산 비닐도 뜯지 않은 ‘수호천사 총력과 케이스 학습지’가 방바닥과 천장을 연결하고 있었다. 저것을 다 풀면 사주겠다고 하셨고, 나는 우여곡절 끝에 시디피를 내 품으로 인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슬림의 뒷면에는 잦은 고장의 덫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두께. 수명이었다. CDP는 3번 응급실을 다녀온 후, 4번 째 발병을 한 날, 그 녀석을 나의 책상 오른쪽 맨 아래 칸 서랍에 묻어버렸다.
엠피삼이 보급화 되면서 미니기계장치 사랑은 한동안 두근거림없이 우두커니 멈춰서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김태희님이 광고하신 아이리버 딕플이 나의 물망에 올랐다. 영롱한 빨간 색에 지적인 바디, 이것을 사야만 했다.
나는 대학생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향토장학금(용돈) 추가 지원을 요청했고, 이번 사태의 원인은 토익을 공부해야 되는데, 전자사전 없이는 이 난제를 극복할 한가닥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고 암담한 사태를 세세히 보고 했다. 이미 나의 성격을 알고 게신 부모님은 별다른 저항 없이 향토장학금을 내놓으셨고, 나는 딕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토익시험 한번보고, 사전의 기능을 이용하지 않았고, 넓적한 엠피쓰리로 쓰다가 결국 친구한테 빌려줘 버리고, 지금은 쓰레기하나 버릴 수고를 덜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교 3학년 말, 한참 미드에 빠져있을 무렵, PMP라는 퓨쳐피플이 사용할 것 같은 신기(神機)를 발견했다. 그리고 맥시안 t 600을 구매했다. 하얀 순백의 천사가 존재한다면 바로 이것이었으리. 나는 내 육신을 위한 보조 영양제를 사본 적이 없었지만, PMP를 위해 보조 밧데리를 구매했고, 나는 가죽소재의 옷을 한 번도 걸쳐 보지 못했지만, PMP를 위해서 가죽 파우치를 구매했다. 그리고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은 임용고시를 보고나서는 영원한 이별이 돼었다.
UMPC, 그것을 접하고, 나의 일상에 초신성 폭발이 일어났다.
컴퓨터가 PMP만 하다!!! 나는 없는 자본과 기기의 스펙을 비교해가며, 에버런 이라는 녀석을 구매했다. 하지만 전쟁과 구매에는 반드시 명분이 있어야 했다. 그때 한참 일기쓰기에 빠져있어서 걸어 다니면서 수시로 나의 스페셜한 삶을 기록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찻집에서나 달리는 버스 안에서 UMPC를 꺼내서 나의 바쁘고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차가운 도시남자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난 보통사람이었다.ㅠ
싸이월드라는 커뮤니티 공간의 사진첩을 자기가 먹은 식단표로 밖에 활용 못하듯이, UMPC를 동영상보기와 게임기 그 이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작은 화면 때문에 짜증나서 그마져도 포기하고, 60GB짜리 외장하드로 사용하다가 그것도 용량이 부족해서 외장하드를 사버렸다. 그 이후 UMPC는 그냥 한 떨기의 벽돌이 되어 내방어딘가에 숨어 지내고 있다.
지금은 넷북이라고 너도나도 사고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나의 마음에 설렘의 감정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헌데 요즘 나의 마음을 술렁이게 하고 지나간 녀석이 있었으니 E-북, 아이리버스토리다. 하지만 스펙이나 컨텐츠, 사용후기 등을 살펴보고 들뛰는 나의 가슴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아이리버스토리보다 책을 선택한 10가지 이유.
1.신간의 가격은 별 가격차이가 없다.
현재 e-북 컨텐츠는 교보문고에서 가장 활발하게 팔고 있다. 거기서 신간 ‘김진X씨의 X년의 금서’
e-북 컨텐츠 가격은 6480원, 양장본 책값은 9720원.
2. 빵집 주인은 빵부스러기만 먹는다고 했는가?
우리는 웍후맨 시절, 없던 살림도 털어서 음반을 샀지만, 디지털 음원기기 탄생 이후로, 웹상에서 무료 컨텐츠 냄새를 킁킁 맡으며 1분짜리 떡밥음원으로 배고픈 감성을 충족하고 있지 않은가? e-북도 마찬가지로 무료컨텐츠 몇 개 읽어보다가 독서가 질려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디지털 기계는 우리를 디지털 노마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하이에나로 만들고 있다.
3.책 읽으라고 산 기계인데... 정작 게임, 음악 듣기에 치중.
하라는 독서는 안 하고!
4. 모든 책이 e-북이 되지 않는다.
막상 읽고 싶은 책은 e-북이 돼있지 않다. - _-;;;
5. 서점에 가서 책 한권 안고 나오는 즐거움이 사라진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과 마일리지, 무료배송 혜택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서점에서 책을 골라 옆구리에 끼고나오는 즐거움을 포기 못하고 있다.
6. 기계가 주는 한계점, 부팅, 딜레이, 눈 아픔, 밧데리 충전, 고장, 기스나는 것이 신경쓰임.
쥐 잡으라고 데려온 고양이가 아파서 고양이 병수발 하는 처지(?)가 되기 십상이다.
7. 요즘 책은 디자인도 이쁘게 나오는데, 스토리를 사버리면 언젠가는 스토리 디자인에 질려버린다.
8.책이라는 물건의 현실감이 주는 만족.
통장계좌로만 써져있는 숫자는 돈이 아닌 것 같지만, 직접 만지는 돈은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필자는 책 냄새, 종이의 질, 종이의 빛바램, 한 장 한 장 넘기는 책장, 책장 넘어가는 소리 등 오감으로 느끼는 독서가 좋다. 그리고 약간 웃기지만 책의 두께만큼 나의 지식이 늘어난 것 같고, 책으로 쌓여가는 나의 책장을 보면 나의 지식이 쌓이는 것을 느낌이 든다. ^-^
9. 지인에게 권해주고 싶은 좋은 책이 있어도 빌려 줄 수가 없다.
10. 시리즈일 경우 모아놓으면 전시효과가 있다. 나는 책 읽는 인텔리라는 것을 과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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