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섬탐험] 신교사의 PD수첩(교실의 사각지대, 사물함)

 2학기부터 사물함 이용자들의 강력한 항의와 주장으로 사물함 이용방법을 자율운영제로 바꾸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교실의 물건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또한 자율 사물함 정리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고자질이라는 첩보를 통해 입수하게 되었다. 본인은 이용자들이 퇴근한 후 교실에서 혼자 남아 은밀하게 사건 현장을 취재를 해보았다.
 
케이스. 1 

 
 정갈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 놀랍다!! 굿굿굿!! 사물함 안에는 딸기맛 치약이 보인다. 문득 딸기 맛 치약에 관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우리들은 1학년을 한참 공부하던 시절, 학교생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던 때였다. 이때에는 3~4교시 정도만 되어도 벌써부터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이쯤 되면 아이들은 쌀독에 쌀 떨어진 흥부네 아이들처럼 배고프다 울고, 나는 흥부처럼 배고프다고 우는 아이들을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내 마음이 찢어진다ㅠ 고만 울어라 이것아ㅠㅠ”라고 하며 부둥켜안고 운다ㅠㅠ.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할 정도로 배고프다고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참 별일이다.' 라고 생각하며 판서를 하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헉! 배고픈 아이는 딸기맛치약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선생님 딸기맛 치약 맛있어요!!” ㅠㅠ 그날은 나도 울고, 아이는 딸기맛 거품을 물고 울었다. 지금은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고, 이도 잘 닦는다.^^
 

 케이스. 2
  

 
사물함 문을 열자마자 혀를 낼름 내밀듯이 내용물이 쏟아져 나온다. 나누어준 프린터물이나, 미술 작품들이 차곡차곡 방치되고 있었다.  잠적했던 가위와, 연필깍기가 뒤에 보인다. 전형적인 문제가 있는 사건현장이다.
 
 
케이스.3

 
 얼핏 정갈해 보이지만 금지 물품인 공용 줄넘기가 들어 있다. 그리고 컵을 보니 한동안 칫솔질을 안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포착되었다. 컵에 먼지가 수북;;; 입안에서 세균들 배양하는 중 인듯하다.
 
 케이스. 4
  

 
 원더걸스 빠리바게트 알바시절 쓰던 곰모자가 발견되었다. (게다가 떼가 심하게 탔다. 더러운 걸 닦았던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날 경악하게 만든 것은 사물함 안에 안락한 둥지를 튼 공룡모형 -.-;;;; 저게 왜 들어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
 
 
이번 취재중에 뭉클한 몽타주 한점이 발견되었다.

 
나라고 그려놓은 그림...
 
 그림 안에 나는 이미 흑채가 필요한 중년의 나이로 묘사되어 있다. 목과 귀가 없다....ㅠ 그리고  왜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는 원피스를 입고 있을까? 나의 인상착의와 액면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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