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섬탐험] 01. 연을 만들어 봅시다!!
서해남부 먼 바다 어느 작은 섬에도 학교는 있습니다.
그곳에선 오늘도 대한의 새싹들은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작은 학교 옆 가건물로 된 교실에는 4명의 작은 병아리들과 함께 국어 읽기 공부를 합니다.
끼욧옷! 단말마 비명이 들립니다.
지네나 나방을 조우했을 때와 다른, 기쁨80% 놀람20%이 함유된 소립니다. 원인을 추적해 보니 바로 다음 장이 연만들기이네요. 평소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악동들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는 교사이기에 국어시간의 학습목표 도달에 안간힘을 써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그 뜻을 거두어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바다에 가오리를 잡아 올려서 실에 묶어 하늘에 날릴 기세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를 국어학습에 대한 욕망을 찾아 교신을 시도해 보았으나 헛물만 켰습니다. 그래도 최후의 교사로서의 사명을 위해 국어 본연의 학습을 가까스로 마치고, 연을 제작하러 갔습니다.
불행하게도 읽기 책에는 연만들기의 말초적 욕망은 자극했지만,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는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의 흙 파먹고 놀던 시절의 아련한 기억의 창을 활성화 시켜 만들기 시도를 해봅니다. 일반 학교 같았으면 문방구에서 천원이면 쉽게 구할 가오리 연이지만, 불행하게도 여기는 학교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
톱하나 들고,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가느다란 대나무가 많아서 저같이 허술한 사람도 쉽게 대나무를 해올 수 있습니다.
맘에 드는 대나무 하나씩 들고 엣지있게 사진한컷!
그들은 언제나 지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출동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대나무를 톱으로 잘라가지고 오긴 왔는데 이것을 쪼갤려고 하니... 막막하였습니다.
요령도 모르고 >.< 앜 몰라!!!!그냥 바닥에 내려쳤습니다. 그러니 쪼개지네요!? ... 흠.. 굿
하지만 가르기가 문제였습니다. 톱으로 자르려고 하니 톱날만 상하고 갈라지지도 않고ㅠㅠ
문득 다이아몬드도 다이아몬드로 가공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나무를 이용해서 대나무 쪼갰더니 최고더군요!!
이제 돌아와서 연 꾸미기에 돌입했습니다. 아이들의 미술혼을 일깨우려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3초 만에 완성-.-;;; 교대생 시절 완성도보다 속도에 중점을 두었던 저의 모습이 오버랩 되더군요.ㅠ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대나무살을 붙이고 그럭저럭 구색을 갖춘 가오리연 탄생
가오리연이 탄생하는 족족 운동장으로 튀어나가서 사진은 한 장 밖에 없군요.ㅠㅠ 하지만 3분 만에 아이들은 다시 교실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이미 거덜나버린 가오리 연들...눈물이 왈쾈 흐규규 자연의 풍화작용이 10배이상으로 고속진행이 되는 아이들 손을 고려했다면 화선지 대신. 절대 안 찢어지는 나일론 삼각 빤쮸를 이어 붙여야 했었습니다. 게다가 재료를 화선지로 선택한 것이 잘못 ㅠㅠ 그리고 대나무도 마른 대나무를 사용해야 하는데 에휴 ㅠ
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주말에 나의 앞길을 막는 폭풍바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바람 한점 없네요.
아이들과 저의 꿈을 실은 허술한 가오리연은
냉정한 현실에 부딪혀 한 번도 날아 보지 못하고
그 뜻을 고이 접고 쓰레기봉투 안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ㅠㅠ
추천하시면 연재주기가 빨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