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아듀 2009!

래뽀 2010. 1. 1. 09:21


1년에 몇 번 없을 포도알 따먹는 식의 포스팅!!

 2009년의 마지막 날은 앞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눈 사이로 몸을 감춘채 세월의 뒤켠으로 사라져간다. 뜨끈한 바닥의 열기를 찾아 나의 몸뚱이는 새우처럼 웅크린 채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2번씩 굴러서 못생긴 김밥처럼 되었다. 그리고 3번 정도 꿈틀꿈틀 하고 있었는데 나의 알람시계가 진동을 했다. 응? 방학이라서 알람을 안맞춰 놨는데 뭐지...? 알람시계를 확인해 보니 한동안 상실했던 연락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거슨 연말 단체문자...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내 이름도 안찍혀 있는 무성의한 문자에 답문하는 건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라며 개무시를 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단체 문자일지라도 졸업한지 2년이나 된 나를 기억해준 친구와 후배들!!! 게다가 먼저 보내주다니 감개무량이다.
 이름을 꾹꾹 찍어 답문을 한다. 그러고 보니 선배들한테도 문자를 보내야겠다. 나는 센스 있는 후배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이름을 콕콕 박아 넣어 문자를 보내려 했는데, 이것도 초큼 모자란 것 같아서 약간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 문자를 보내드렸다. 결과는...? 역시 연로하신분들은 자극적인 걸 좋아하시더라..ㅋㅋㅋ

문자마저 다 보내고 나니깐 2009년 난 뭘 했지?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 한심한 기억력... 1년 밖에 안 된 일이지만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러 가지 일들이 심해의 밑바닥에서 나오는 공기방울처럼 떠오른다. 물론 안 좋았던 일도 있었지만 기억해서 무엇하리~  2009년과 함께 떠나보내고 좋았던 추억만 2010년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우선 학교. 5,6학년 복식을 맡았다. 작년의 1학년에 비해서 말도 잘 통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학급을 만들어 편하고 즐거웠던 한해였다. 또한 아이들을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좋은 추억도 만들고, 독후감 대회에 나가서 4명중에 2명이나 상을 타가지고 왔다.
 여름에는 캐리비안베이, 겨울에는 스키장, 중간 중간에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헉 그러고 보니 놀라운 일이 있다. 직장(학교)생활을 떠나서 새로 인맥을 10명도 만들지 못했다.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런 고민도 내년에는 군대 안에서 행복하겠지 킁...
 작년에는 경제학적 지식으로 무장했던 한해라면 올해는 문학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한 해였다. 주식투자로 불붙은 나의 독서욕은 문학으로 번져나가고 무한님의 노멀로그를 알게 되어 드디어 블로그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다. 블로그하고 싶다고 생각한지 2년 만의 쾌거였다. 기대 반, 불신 반으로 시작한 연재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임고생메뉴얼은 기대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임고생메뉴얼의 성공은 나를 블로거로 인도하였다.
 한 달에 5권 이상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년 초에 다짐했던 60권 읽기는 성공!! 그중에서 최고의 책을 고르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다. 2009년에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하루키의 문체가 너무 좋다. 벨날벨벨의 창의성과 백과사전식 지식이 좋다. 둘 다 너무나 뛰어난 수작이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창의성을 중시하는 나는 신을 선택하겠다. 종교, 철학, 신화, 역사, 과학, 기술 등을 총망라해서 쓴 책이다. 헌데 주변사람들은 끝이 허망하다고 한다. 헌데 어떠한 책도 이렇게 판때기(세계관)를 크게 해놓고 정갈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그건 베르나르 베르베르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2010년의 목표

 지인들과 더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

 방과후 섬탐험으로 다음뷰 교육 분야 1위를 차지할 것이다.
 별일 없이 무사히 군에 입대하고 싶다. 그리고 군생활도 잘해야지.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2010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