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고생메뉴얼

[임고생 메뉴얼] 24. 초보임고생 탐구생활

래뽀 2009. 12. 4. 02:41


초보임고생의 탐구생활이에요.

마침내 3학년 기말고사가 끝났어요.

좋은 시절 다보내고, 드디어 나도 임고생이 된거에요.

저 구리구리 뱅뱅같은 누덕간지 추렐라라한 츄리닝에

똥머리를 하고 다닐 생각에 벌써 한 숨부터 나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살도 더 빼고, 피부 관리도 더 할 걸 그랬어요.


하지만 나는 관리를 철저히 해서 선배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 결심을 해요.

그래요 결심은 언제나 하는 것이자나요. 1학년 때부터.... 쭈욱.


하아.. 이제 임용공부를 시작해야 되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친구들하고 선배들한테 물어보아요.

교육과정-교육학?
직강 - 인강?
배재민 - 위재권?
박성현 - 조화섭 - 구평회 - 전태련?

이해는 안 되고, 머리만 복잡해져요.

아직까지도 전혀 감이 안와요.

임용고시란 그냥 기분 나쁜 것이라 정의해요.

 

 

그런데 공부를 하려면, 강의를 들어야 해야 한데요.

평소 안일하고 타의적인 나를 생각한다면 직강을 들어야 해요.

그래서 학원에 등록하기로 결심해요.

그런데 강사가 두명이래요.

또 머리가 복잡해져요.

너무 많은 선택지에 한동안 안썼던 머리가 과부하가 됐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그냥 제일 친한 친구가 듣는 걸로 따라가기로 해요.

그래서 교육과정 직강, 교육학 인강을 듣기로 해요.

헉 근데 뭥미... 학원에 지정좌석제래요. 황급하게 인터넷에 접속해서 자리를 예약해요.

뜨악.... 이미 노른자 같은 좋은 자리는 꽉 차고

맨 앞 제일 가장자리와

사람들이 제일 들랑달랑하는 뒷문자리쪽만 남았어요. ㅠ

눈물을 머금고 맨앞가장자리에 앉기로 해요.

교육학 인강은 제일 친한 친구녀석과

돈과 마음을 합심해서 사이좋게 나눠보기로 하고 예약을 해요.

이렇게 예약만 했을 뿐인데 마음이 뿌듯해지고,

합격의 문턱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요. 

아직 첫 강의까지는 1주일정도 시간이 남았어요.

초보임고생은 남은 일주일을 남아있는 최후의 겨울방학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놀아요.

그리고 첫강의 전날까지 술먹고 자다가

아침에서야 학원가는 날인지 알고 겨우 일어나서 학원에 가요.

뜨악... 200석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배치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아마도 이 강의실은 무등경기장을 설계한 사람이 설계했나봐요.

딱 콩나물 시루에요.

좁은 통로를 비집고, 잉여자리인 맨앞자리에 앉아요.

고개를 90도로 꺾어야지만 중앙 교탁을 볼 수 있어요. ㅠㅠ

드디어 강사님이 들어와요. 환영의 인사를 마치자마자

연병장의 교관처럼

험난한 수업생활의 시작을 알리며,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어요.

재수 생활, 치솟는 경쟁률, 복잡한 시험전형 등등

 

저 앞의 강사는 독심술이 있나 봐요. 불안한 내 마음을 너무 잘 알아요.

하지만 아직은 초보임고생들은 모를거에요.

저것은 10년간 강의하면서 쌓아온 정형화된 레파토리라는 것을...

 

공포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집에 왔어요.

학원에서 옆에 학우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학업에 대한 폭풍불꽃열정이 치솟아요.

하지만 오늘은 학원도 갔다오고 이제 막 공부를 시작했으니,

서서히 스퍼트를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쉬어요.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또 학원에 가야되요.

분명 일주일에 한 번가는 학원인데, 무슨 일인지 지독하게도 일주일이 빨리 가요.

예습복습따위는 없어요.

그리고 지난주에 학원갔다와서 책을 한 번도 가방에서 꺼낸 적이 없기 때문에

다시 가방채로 들고 학원에 가면 되요^^.

해설서, 총론, 각론, 교육론 뭘 자꾸 설명해요. 대학교때 다 배운 내용이래요.

다 처음 듣는 이야기 인데, 난 지난 3년간 강의실에서 뭘 했길래...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교수님이 안 가르쳐 줬다고 생각하며 마음 편하게 강의를 들어요.

해가 뜰 때 학원에 왔는데, 어느새 해가 떨어져가요.

평소 대학시절 개강 첫째 주 1주일은 방학의 연장선상이라 생각하고 푹 쉬고,

결석 3번하면, F이기에 깐깐하게 결석 3번까지 체크해가며 쉬었던

초보임고생은 도저히 학원수업을 들을 수가 없어요.

눈은 풀리고 얼굴에는 개기름이 좔좔,

온몸의 체액이란 체액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나올 것 같아요.

이대로는 곧 생명의 불꽃을 다할 것 같아요.

자체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하고 전선이탈을 강행해요.

피시방에서 2시간정도 영혼의 안식을 얻은 다음에 자리에 돌아와서

친구들과 같이 저녁먹고 집에 가요.

하아.....이제는 망나니짓 그만하고 고3수험생으로 빙의해서

학구적인 나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해요.

강의 시간에 얼핏 들은 준기표정은 기억이 나는데

이것이 무엇의 첫 머리말인지 전혀 기억이 안나요.

아무 쓸모도 없는 준기표정만 기억에 맴돌 뿐이에요.


이렇게 교육과정공부를 하다가 문득 한 달전에 신청했던 교육학 인강이 떠올라요.

아이디가 기억이 안 나서 친구한테 연락을 해요.

친구도 아이디를 모른데요. 그래요. 유유상종이에요.

친구도 교육학 인강에 대해서 깔끔하게 잊고 지내고 있었어요.

어쨌든 가까스로 로그인을 해요.

What the F**k!

강의수가 100개가 넘어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3월 개강까지 남은 날짜를 세어보아요.

아직 40여일 정도 남았어요.

다행이에요. 하루에 2~3강씩 들으면 충분해요.

그런데 전화가 와요.

공부하기 힘든데, 마지막으로 여행 한번 가자고 연락이 와요.

지금 못가면 1년 내내 못갈 것 같아서 갔다와요.

마지막 술자리를 가요.

파이널 최종 여행을 가요.

또 라스트 필살 아듀 술자리를 가요.

또 또 파이널 최종 스페셜 고별 여행을 가요.

앜...젠장....ㅠㅠㅠㅠㅠ

교육학 강의는 10개 들었는데, 날짜 20일 밖에 안남았어요.

다시 남은 강의 수에 남은 날짜를 나눠요.

하루에 5개씩 들어야 되요 ㅠ

정성들여 꼼꼼하게 인강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접었어요.

기본 배속은 1.4배속이에요. 컨디션에 따라 2배속으로 들어요.

임고생 생활 일년만 하면 2배속으로 듣는 귀가 트여요.

스타킹에 나가볼까 고민도 해봐요.

어쨌든 이렇게 남은 강의에 남은 날짜수를 나누다 보면 개강을 해요.

하지만 결국 인강은 다 듣지 못해요.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는 와중에 선배들의 최종합격 발표가 나와요.

마치 자기 일 인양, 액셀 파일을 열어 친한 선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검색해 보아요.

공부는 개떡같이 안했는데, 찰떡같이 붙은 선배가 있어요.

선배가 달리 보여요. 딱 그 선배만큼만 공부해야겠다 생각해요.

헉... 이 선배는 3학년때부터 공부해서 모의고사 1등은 죄다 쓸어간 선배인데 떨어졌어요.ㅠ

믿을 수 없어요. 황당해요. 공부해도 떨어지는 이시험 어떻해야 될지 불안감이 엄습해요.

이제 친한 선배들은 다 검색해 보았어요.

지금부터는 자기과 선배 1~40번까지

이름을 하나하나 검색해보면서 합격여부를 파악해요.

남의 일인데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몰라요.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아요. 마치 졸업앨범을 구경하 것 같아요.

이상으로 초보 임고생의 탐구생활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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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치료와 임용고시 합격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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